▲ 채식주의자, 한 강, 창비, 2007 刊 |
맨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공쿠르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올해 5월 맨 부커상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책은 죽어가는 개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육식을 거부하고 스스로 나무가 되어 간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영혜를 둘러싼 이야기로 1부 채식주의자, 2부 몽고반점, 3부 나무 불꽃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다.
1부 '채식주의자'는 영혜 남편인 '나'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힌 영혜는 어느날 꿈에 나타난 끔찍한 영상에 사로잡혀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 한다.영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처가 사람들을 동원해 영혜를 말리고자 한다. 영혜의 언니 인혜의 집들이에서 영혜는 또 육식을 거부하고, 이에 못마땅한 장인이 강제로 영혜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 하자, 영혜는 그 자리에서 손목에 자해를 한다.
2부 '몽고반점'은 인혜의 남편이자 영혜의 형부인 비디오아티스트 '나'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 사는 동생을 측은해하는 아내 인혜에게서 영혜의 엉덩이에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영혜의 몸을 욕망하게 된다. '나'는 영혜를 찾아가 비디오 작품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청한다. 벌거벗은 영혜의 몸에 바디페인팅을 해서 비디오로 찍지만 성에 차지 않은 '나'는 후배에게 남자모델을 제안한다.
남녀의 교합장면을 원했지만 거절하는 후배대신 자신의 몸에 꽃을 그려 영혜와 교합하여 비디오로 찍는다. 다음날 벌거벗은 두 사람의 모습을 아내가 발견한다.
3부 '나무 불꽃'은 처제와의 부정 이후에 종적없이 사라진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가족들 모두 등돌린 영혜의 병수발을 들어야 하는 인혜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영혜가 입원한 정신병원의 연락을 받고 찾아간 인혜는 식음을 전폐하고, 링거조차 받아들이지 않아 나뭇가지처럼 말라가는 영혜를 만나고, 영혜는 자신이 이제 곧 나무가 될 거라고 말한다.
강제로 음식을 주입하려는 의료진의 시도를 보다못한 인혜는 영혜를 큰 병원으로 데리고 가기로 결심한다.
영혜를 둘러싼 세 인물, 영혜의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으로 구성되는 3부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장면은 가족 모임에서 영혜가 손목에 자해를 하는 장면이다.
아내의 육식거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남편으로서는 그 충동적인 행동이 그저 끔찍한 장면으로만 기억될 뿐이다. 피를 흘리는 처제를 들쳐업고 병원에 간 형부는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비디오 작업이 송두리째 모멸스럽고 정체모를 구역질을 느끼고 그 후로 전혀 다른 이미지(바디 페인팅)에 사로 잡힌다. 어린시절부터 가까이서 본 동생 영혜가 죽음을 불사하고, 식물이 되기를 원하는 것을 알게 된 언니는 그 장면을 안타깝고 원망스럽게만 기억한다.
다른 문학상과는 달리 독자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맨 부커상' 수상 이후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이 작품은 “상처입은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인 상상력에 결합시켜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소설의 작가 '한강'은 1993년 “문학과 사회”에 시가,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1995년 소설집 “여수의 사랑”, 1998년 장편
“검은 사슴”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의 근원적인 슬픔과 외로움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발표해 왔다. 또한, 문학적 깊이는 물론 다작으로도 유명한, 한국문학을 움직이는 거장 한승원씨의 딸이기도 하다.
데뷔 당시 젊다는 이미지의 1970년생의 작가라는 말이 나오며 주목을 받았지만, '한강'은 신세대 작가답지 않은 정통적 소설문법과 섬세한 감수성, 그리고 비극적 세계관을 특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박종인·대전학생교육문화원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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