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전 참가신청을 한 관람객들이 알링턴국립묘지 견학프로그램에 참여해 설명을 듣고 있다. |
年 500만명 관람객 묘역찾아 북적
참전 당시 인물의 생생한 설명으로
책 읽는 것보다 이해쉽고 흥미더해
매달 주제 다른 견학코스로 특색화
세계 현충원을 주제로 워싱턴 D.C. 알링턴국립묘지를 찾은 때는 미국에서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이었다.
한국에서 접하지 못한 더운 날씨에 당황한 것도 잠시 목적지인 알링턴국립묘지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관람객이 오가는 모습에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마침 알링턴을 공부할 수 있는 견학프로그램이 예정돼 있었다.
알링턴국립묘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참가신청하면 무료로 참여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해서 일요일 오전 11시에 모인 이들이 60여명이었다.
워싱턴에 머문 사흘간 매일 찾은 알링턴국립묘지에서 수많은 관람객이 찾아와 20분마다 묘지를 순회하는 트롤리 형태의 투어버스에 자리가 부족한 현장을 목격했지만, 다소 딱딱한 견학프로그램에도 참가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느낌이었다.
기자가 참여한 ‘역사 인솔자견학(History Series Special Guided Tour)’은 투어버스를 타고 국립묘지 곳곳에 안장된 인물 묘역에서 역사를 토론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국립묘지 직원 3명이 작은 마이크를 통해 사전에 약속된 묘역에 찾아가 인물 소개와 당시의 역사를 참가자들에게 설명했다.
먼저 찾은 곳은 윌리엄 도노반(William Donovan)의 묘역으로 직업은 변호사이면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미국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네 종류의 훈장을 전부 받았으며, 2차 세계대전에서는 미국에 전략첩보국(OSS)를 만드는 계기가 된 인물이다.
이날 견학의 부제였던 ‘미군과 냉전(U.S. Military and the Cold War)’에 가장 부합한 인물이고 역사였다.
실제 인물이 안장된 묘역 앞에서 그의 활약과 당시 역사를 설명 들으니 책을 읽는 것보다 이해하기 쉬웠다.
그 때문인지 견학 참가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거나 질문을 주고받았으며 메모하는 등 왕성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 세계2차대전 때 250명의 전사자를 낳은 침몰 전투함정 기념물(The USS Serpens Monument). |
이어 투어버스를 타고 찾아간 곳은 국립묘지 34구역에 있는 침몰 전투함정 기념물(The USS Serpens Monument)이다.
세계2차대전 때 1만4000t급 함정이 폭발해 해군 250명이 현장에서 전사한 사건으로 당시 단일 재해에서는 가장 많은 전사자를 낳은 사건이었다.
그들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육각형 대리석기둥 형태의 기념물을 1950년 국립묘지 내에 세웠고 지금까지 주요 관람지점이 되고 있다.
이처럼 알링턴국립묘지에는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의 희생자 추모비와 911테러 기념물 등 유해가 직접 안장되지 않았더라도 주요 사건을 추모하는 기념비가 여럿 세워져 있다.
이같은 방식으로 투어버스를 타고 계획된 묘역 20여 곳을 둘러보는 데 1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이날 견학을 위해 미국 각지에서 찾아온 이들은 전에 모르던 역사를 새롭게 알아간다는 반응이었다.
견학 과정에서 만난 로버트 캐러번 씨는 ‘국립공원 함께 걷기 운동(Walk the Sloping Hill of Arlington)’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
그는 “워싱턴D.C.에서 아주 가깝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국립묘지를 찾아온다”며 “이곳은 역사의 현장이자 누군가의 형제가 안장된 곳이어서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돌아와 알링턴국립묘지의 미국 홈페이지를 다시금 검색한 결과 오는 28일 오전 9시에는 국립묘지에 오래된 나무를 가꾸는 방법을 이해하는 견학코스가 공지돼 있고 11월 20일에는 무명용사묘역을 견학하는 또다른 견학이 예정돼 있다.
스티븐 제이슨 알링턴국립묘지 미디어담당은 “국가적 중요 사건의 희생자가 반드시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건 아니지만, 그러한 사건의 기념비는 국립묘지에 세워 많은 이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국립공원 직원이 인솔ㆍ설명하는 견학 프로그램이 매달 3~4차례 주제를 바꿔가며 진행돼 묘역은 곧 살아 있는 역사와 애국심 교육 현장이 되고 있다.
침몰 전투함정 기념물을 알링턴국립묘지에 헌정하는 기념식에서 미국 해군 중장 멀린오닐 (Merlin O‘Neill)은 “우리는 과거를 되돌리 수 없다, 다만 여기에 희생된 이들을 존중하고 존경한다면 (미래를)보증받을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 알링턴국립묘지의 국기하양식. 관람객과 투어버스는 국기하양식이 끝날 때까지 가던 길을 멈추고 기다린다. |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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