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박 대통령 개헌 카드 노림수와
앞으로 개헌 논의 방향 분석하느라 분주
개헌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 방안 대선지형 뒤바꿀 듯
박근혜 대통령이 꺼내든 ‘개헌카드’에 정치판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개헌에 따른 권력구조 개편으로 대선 지형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구체적인 개헌 방향과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상황 속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국면전환용’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는 만큼 개헌 정국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예측하기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개헌 제안 이틀째인 25일 여의도 정가는 박 대통령의 노림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한편 앞으로 진행될 개헌 방향을 논의하는 등 분주하게 돌아갔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의 개헌카드가 국면 전환 효과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 많다. 최근 여야 할 거 없이 쏟아지는 개헌 요구에 맞서 정국 주도권을 잡는 동시에 레임덕을 막아보겠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개헌 국민투표 시점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내년 4월 12일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적기라는 목소리가 높다.
내년 6월을 넘길 경우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개헌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4월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이들은 1987년 이뤄진 개헌을 성공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1987년 개헌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6·29 선언 직후 같은 해인 10월 29일 단행됐다는 점에서 지금으로부터 6개월 뒤인 내년 4월이 개헌 국민투표 시점으로 적합하다는 얘기다.
발의 시점부터 60일 이내 국회 표결, 가결되면 30일 안에 국민투표에 회부되는 개헌안 처리과정을 미뤄볼 때 내년 1월이 개헌안 발의 적기로 보인다.
하지만 개헌을 놓고 정치권의 정쟁이 계속될 경우 내년 하반기에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대선 당일 개헌 투표를 함께 실시하자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개헌의 권력구조 개편을 놓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박 대통령은 개헌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권력구조 개편 방식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내각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 단임제로는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며 대통령 단임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권 주자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구체적인 권력구조 개편 방식은 각기 다르다. 그러나 대부분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절충한 형태의 이원집정부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원하고 있다.
순수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 권력구조 개편 방식에 따라 대선 레이스가 요동칠 가능성이 큰 만큼 대권 주자들로선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개헌 시점과 방향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내년 대선에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정국을 집어 삼켜버린 것은 물론 차기 대권 주자들에게 쏠린 대중의 관심을 돌렸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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