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올해부터 저축의 날→금융의 날로 개편… 금융환경 변화
저금리 시대 저축의미 상실… 내년 종이통장도 역사속으로
#. 1962년. 저축 통장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어머니와 아들을 주인공으로 한 100환권 지폐가 나왔다. 정부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국적으로 저축을 장려하자는 의미에서였다. 매년 저축유공자를 선발해 훈장을 주고, 은행들은 우대 금리를 주는 특판 상품을 내놓는 등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한 푼, 두 푼 돈을 모으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 1988년. 은행원인 성동일 과장은 “목돈은 은행에 넣어놓고 이자 따박따박 받는 게 최고”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이웃이 “은행에 뭐 하러 돈을 넣어. 금리가 15%밖에 안 된다”고 맞받아친다. 연 15% 금리가 저금리로 여겨졌던 당시엔, 은행에 돈을 맡겨 재산을 불릴 수 있었다. 내 손안에 통장이 몇 개 있느냐가 부의 척도였던 셈이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던 저축의 의미가 빛바랜지 오래다. 1990년대 중반 국제통화기금 사태로 금리는 한 자릿수로 하락했다. 2010년 이후 1%대 초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사실상 이자 수익은 ‘0’에 가깝다. 저축을 해도 재산을 늘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 1964년부터 시작된 ‘저축의 날’이 올해부터 ‘금융의 날’로 이름이 바뀐 이유도 이같은 금융 환경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의 날은 새롭게 바뀐 금융환경을 반영하는 측면이 크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 부터 저축 분야 외 금융개혁 분야에서 공을 세운 사람도 포상키로 했다.
25일 금융의 날을 기념해 예금 특판 상품을 내놓은 은행은 ‘KEB 하나은행’ 한 곳이다.
상품을 신청하기 위해 은행 창구에 대기 줄로 장사진을 이뤘던 풍경은 과거일 뿐이다.
종이통장 역시 내년 9월부터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모바일뱅킹 등의 발달로 종이통장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시중은행에 1억원을 넣어도 이자가 월 20만원이 채 안 된다.
이로 인해 일부는 저축은행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1년 만기 적금 평균 금리는 2.7%, 정기예금은 2.05%으로, 금리가 1%대인 제1금융권에 비해 이자율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예·적금 등으로 수신한 금액은 올 6월 말 기준 40조6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8.5% 증가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펀드 투자 등으로 옮기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밭대 조복현 교수(경제학과)는 “과거 저축이 미덕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가계저축률만 높고 소비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경기가 침체된다”고 말했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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