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일 정치부 차장 |
‘한강의 기적에서 대덕의 기적으로’라는 글귀가 그것이다. ‘한강의 기적’은 우리나라 산업화를 뜻하고 ‘대덕의 기적’은 과학 굴기(堀起)를 상징한다.
과학기술의 힘으로 세계적인 강대국 반열에 올라야 한다는 대덕 석학들의 의지의 표현이다.
1974년 첫 삽을 뜬 ‘대덕’은 19992년 준공, 2005년 특별법 국회통과로 연구단지에서 특구로 거듭났다.
지금까지 대덕은 대한민국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왔다. TDX(시분할전자교환기),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 등을 개발, 스마트폰 강국의 주춧돌을 놨다.
또 우리나라 유도탄 효시인 현무, 달리는 로봇 휴보(HUBO) 우리별 1호 등 대덕의 발자취는 선명하다.
항공우주연구원 소속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우주에서 미소를 지을 때 국민들은 ‘대덕의 힘’에 열광했다.
그럼에도, 대덕특구는 지역사회와의 교감이 떨어진다는 것이 과제로 지적돼 왔다.
대전시와 시민들은 국가출연연구소의 지역사회 기여도에 대해 성에 차지 않는다며 못마땅해했다. 출연연도 중앙부처 ‘바람막이’ 역할을 못해주고 예산 투자가 적은 지방정부가 내심 달갑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시내한복판 ‘박사동네’는 대전의 ‘보물섬’이 아닌 ‘외딴섬’ 인식이 생겼다.
이번에는 또다시 지역사회와의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다.
원자력연구원 안에는 사용후핵연료 1699개(3.3t)를 보관 중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보관할 시설이 국내에 없어 중간저장시설이 완공되는 2035년까지는 대전에 보관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역시 2만9728드럼(1드럼당 200L)으로 고리 원전(4만1398드럼) 다음으로 많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전은 원전 주변 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에서 소외돼 있다.
최근 방사선 비상계획구역(방사능 누출시 예측 피해거리)이 국내 원전 지역(경주 등)은 20km∼30km이지만 대전은 1.5km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불씨는 더욱 커졌다.
원자력연구원은 사용후핵연료 등을 안전하게 보관 중이라며 손사래 치고 있지만, 정부의 불투명 행정 속에 이같은 해명은 힘을 잃고 있다.
소통부족과 불신 속에 대전이 별다른 대책 없이 ‘도심 속 방폐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부터라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는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이전계획을 포함한 안전종합대책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
지역정치권은 원전대책이 다른 지역과 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대전시민들도 막연한 불안감을 접고 효율적인 방안도출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
과학 굴기는 국민성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국민성원은 대덕특구와 대전시민의 신뢰회복으로부터 나온다. 이를 위해 대전의 모든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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