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영 교육문화부 차장 |
고소한 기름 냄새와 지짐이를 부치는 소리까지 더해지면 기분까지 좋아졌다. 어머니는 정성스럽게 아침마다 자녀들을 위한 도시락을 쌌다. 최고 좋은 재료와 정성까지 가득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요즘 학생들은 어린시절 도시락을 들고 다녔던 추억이 없다는 것이 다소 안타깝기는 하다. 하지만 학교가 대신해 아이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국내 학교 급식의 역사는 6.25 전쟁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연합아동구호기금이 제공해 밥굶는 아이들을 위해 초등학교에 탈지분유급식과 미국의 밀을 지원받아 빵 급식을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본격적으로는 1981년 학교급식법이 최초로 제정됐으나 본격적인 급식은 2001년 경기도 과천시에서 최초로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무상 급식이 일찍 시작된 서울과 경기도권에서는 사고도 먼저 시작됐다. 2003년 서울시대 9개 학교에서 1300여명의 학생이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였고, 2006년에는 서울 14곳, 인천 8곳, 경기 1곳 등 전국 23개학교 1500여명의 학생들이 식중독 증세를 보여 사상 최악의 학교급식 집단 식중독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원인은 위탁급식에 따른 저질 식재료였다.
최저가 공개경쟁 입찰 방식을 취하다 보니 저질의 재료를 사용하게 되고, 결과는 학생들의 식중독으로 번져갔다.
이러한 문제 인식은 학교급식을 직영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해 학교급식 질 개선에 나서기 시작했다. 광주를 비롯한 충남도내 지자체 등 전국 66곳의 지자체가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고, 광역단위는 충남도와 서울시가 운영중이다.
대전시도 후발주자로 지난 2011년 학교급식이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학교급식 지원센터 설치는 녹록치 않았다. 지난 2009년 대전시가 광역형 센터 설치를 위한 추진논의를 한데 이어 유성구가 지난 2013년 용역을 통해 센터 설치를 위한 검토를 했다. 당시 대전시의 경우 350억여원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식재료 공급 업체들의 반발을 우려해 설치를 미룬상태다. 유성구 역시 구재정난과 원활한 로컬푸드 공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센터 설치를 덮은상태다. 재정이 열악한 자치구들은 검토조차도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전지역의 학교급식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집단 식중독은 물론 부실급식, 급식 이물질 사고도 잇따랐다. 최근에는 학교급식 납품업체 비리까지 터지면서 경찰 수사에 나서는 등 학교급식 후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고 학교급식 납품비리 근절을 위해서는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가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가장 좋은 대안을 알면서 방법을 찾지 못하는 대전시와 시교육청, 의회가 답답하기만 하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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