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정부방침 따라 2020년까지 유증기설비 설치 의무화
지역 260여개 주유소 대부분 대상 “비용 부담스럽다”
대전 동구지역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큰 걱정 하나가 더 생겼다. 장기적인 저유가 기조와 주유소 간 경쟁과열로 수익구조가 나빠졌는데 목돈 들어갈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부가 생활주변 공기오염원 중 하나로 주유소 내 ‘유증기’를 지목하고 관련 회수설비를 설치토록 의무화한 것이다.
A씨는 “주유소 규모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유증기회수설비 설치에 적게는 20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들 것이란 게 업계의 추산”이라며 “갈수록 경영난이 심해져 주유소 영업을 계속 해야할 지 고민하고 있는 마당에 자기 주머니 털어 유증기설비까지 설치하라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유증기 등 공기오염원에 대한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환경부의 ‘대기환경보전법 하위법령’ 개정안 시행이 임박하면서 지역 주유소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석유제품 출하시설과 주유소 저장시설은 물론 차량 연료 주유 때 발생하는 유증기는 대부분 휘발성유기화합물(VOCs)로 배출량이 적다해도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환경부는 설명한다.
유증기회수설비는 말그대로 휘발유 적하·주유과정에서 나오는 유증기를 저감하기 위한 시설로 이번 개정안과 함께 설치의무 지역이 기존 수도권과 부산 등지에서 대전 등 10개 도시로 확대됐다.
이들 지역은 휘발유 판매량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회수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이같은 정부방침에 지역 주유소업계는 비용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경영난으로 휴·폐업하는 주유소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유증기회수설비 설치까지 하기엔 무리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국주유소협회 대전지회에 따르면 지역 주유소는 2014년 284곳에서 지난해까지 16곳이 폐업해 260여곳으로 줄었다. 전국적으로는 2014년말 1만2957곳에서 올 7월말 현재 1만2058곳으로 1년6개월 만에 899곳이 문을 닫았다.
또 주유소를 폐업하려면 건물 등 시설물 철거와 토양정화작업에 최소 1억50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 휴업상태로 방치하는 경우도 상당수인 것으로 대전지회는 보고 있다.
대전지회 관계자는 “지역소재 260여개 주유소 중 대부분이 유증기회수설비 설치대상으로 알고 있다”며 “경영난에 몰린 주유소업계의 현실을 고려해 회수설비 설치비용을 연차별로 차등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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