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미풍양속 등 사회의 인간미 결렬” 지적
세금 감면 혜택 등 정부 지원 검토 필요성 제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의 시행으로 지역 관공서 인근 고급 음식점들이 ‘업종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의 여파로 공직자들이 구내식당과 저렴한 음식점 등을 선호하면서, 한식집과 일식집 등 고급 음식점은 발길을 뚝 끊었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는 청탁금지법으로 침체된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해 구내식당 휴무일 운영 확대 등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전시는 청탁금지법으로 인근 자영업자들의 급격한 매출감소가 이뤄졌다고 판단, 구내식당 휴무일을 월 2회 운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기존 셋째주 금요일에만 쉬었던 구내식당을 첫째주 금요일도 휴무일로 지정해 직원들의 인근 식당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내식당 휴무일 확대로 인근 식당의 이용 활성화를 도모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게 시의 목표지만, 현실은 싸늘하다.
대전에서 한우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법 시행 후 공무원들을 구경할 수가 없다”면서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호소했다.
시민 B씨는 “최근 대부분 사람들은 대가성이 없어도 식사자리를 만들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서로 만남을 꺼리면서 더욱 각박해졌고, 미풍양속 등 사회의 인간미가 없어졌다”고 아쉬워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법 시행 초기 시범사례로 적발되지 않으려고 대부분 사람들이 지나치게 움츠리고 있기 때문이다. 법 적용대상자들은 식사비 3만원 이하라는 법 규정 때문에 아예 관공서 구내식당이나 국밥집 등 저렴한 음식점을 찾고 있고, 심지어는 3만원 이하 음식점도 외면하는 상황이 확산되고 있다.
지자체 한 공무원은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사회 각계각층 일상의 변화가 시작된 가운데, 법 적용 여부에 대한 혼선도 뒤따르고 있다”면서 “공직자들은 오해의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아예 외부인들과 식사 약속을 잡지 않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런 분위기가 지역 사회에서 정착되면서 당초 우려했던 고급 음식점들의 경영 피해는 현실화됐고, 일부 사업장들은 업종 전환을 선택하고 있다.
서구 둔산동의 한 일식집 주인은 “가급적 주변 상권과 업종이 겹치지 않는 음식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최근 인테리어 업체에 견적을 알아보고 있는데, 보통 평당 8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만일 인테리어를 하게 되면 약 한달 정도는 영업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역 법조계 한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은 이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하나의 법이고, 국민들은 법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됐다. 법 시행으로 매출 피해를 보는 고급 음식점들은 업종을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된다”면서 “이 경우 세금 감면 혜택 등 정부 지원 방안 등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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