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KAIST(한국과학기술원) 자연과학동 공동강의실에서 KAIST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2016년도 Nobel Prize(노벨상) 수상 분야 해설강연'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의 연구 업적, 연구 내용 및 동향뿐만 아니라 수상자들과 관련 있는 한국인 과학자들도 언급됐다. 이 외에도 교수들은 미래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품은 KAIST 인재들에게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방법도 전했다.
이날 강연에는 KAIST 학생 200여명이 모여 강연을 귀 기울여 경청했다. 이날 해설자로 나선 교수는 문은국 KAIST 물리학과 교수(물리학 분야), 송현준 화학과 교수(화학 분야), 김세윤 생명과학과 교수(생리의학 분야)다. <편집자 주>
▲노벨물리학상 '위상학적 상전이들과 물리의 위상학적 상들'=올해 노벨물리학 수상자가 발표된 후 과학계는 한동안 공황(panic) 상태였다는 말이 돌았다.
그만큼 물리학 분야에서도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에서 수상자가 배출됐기 때문이다. 노벨물리학상은 '위상학적 상전이들과 물리의 위상학적 상들'을 연구한 데이비드 사울리스, 던컨 홀데인, 마이클 코스털리츠에게 영광이 돌아갔다.
문은국 교수는 위상학적 상전이, 물질의 위상학 등에 대한 용어의 개념부터 왜 물질의 상과 상전이를 연구해야 하는지 등을 설명했다.
문 교수는 “물질의 상과 상전이 연구는 고온 초전도체와 같은 새로운 물리현상을 발견하는 것”이라며 “미래엔 아바타 배경처럼 상온 초전도체를 찾아 떠나는 것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위상학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 교수는 “위상학은 국소적(Local) 성질이 아닌 전체적(Global) 성질을 갖고 있어 구멍의 숫자와 같이 위상학적 불변량 용어를 만든다”며 “위상학에서는 구멍이 같으면 모양이 달라도 같은 물질 구조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100년 전 고전 홀 효과 발견부터 양자홀 효과, 정수양자홀현상 등의 순으로 규명됐고 1970년대 대부분 과학자는 대칭성을 이용한 물질의 상을 모두 이해했다고 믿었다”면서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은 당시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상전이와 상들을 밝혀내고,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끝으로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한국의 이론 물리학자들과도 많은 교류를 수행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새로운 상·상전이의 존재 파악, 측정, 이용 등과 관련해 강연을 듣는 학생 중 해결사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서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와 관련 있는 연구를 했거나 현재 진행 중인 사람은 데이비드 사울리스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제자인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한정훈 교수와 홀데인 교수의 제자 박예제 KAIST 박사를 비롯해 최무영 서울대 교수, 전건상 이화여대 교수, 이구철 서울대 교수, 이주영 고등과학원(KISA) 박사 등이다.
▲노벨화학상 '분자기계'=송현준 교수는 한승기·박희성·유룡 교수 등을 언급하며 “현재 KAIST 화학과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훌륭한 연구 성과가 다양하게 나오는 중”이라며 강연을 시작했다.
유 교수는 2년 전 톰슨 로이터가 꼽은 한국인 노벨화학상 후보로 거론된 적이 있다.
송 교수는 “현대 화학자들은 생체 물질에서 재료에 이르기까지 모두 만들어 낼 수 있다”며 “분자수준의 사람을 만들려면 분자 수준의 기계부분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분자기계'분야를 연구한 장 피에르 소바주, 프레이저 스토다트, 베르나르트 페링하에게 돌아갔다.
송 교수는 분자기계학 의미에 대해 “분자기계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인간의 상상력을 넓혀줬다는 것”이라며 “이번 노벨상의 업적은 분자설계가 미래에 가능해 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어 노벨 화학상에 대해 설명하며 “화학자들은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면서 단백질 구조 변형 등 다양한 화학적 시도를 했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화학상 수상자들은 연쇄체(Catenanes), 로택산(Rotaxane), 분자 회전자 연구 등을 수행하면서 분자기계 구조 연구 향상을 이끌었다”며 “응용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앞으로 전극기술이 발전하면 인공근육 개발도 점차 가시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벨생리의학상 '자가포식'=김세윤 교수는 학생들에게 “훌륭한 과학자가 되려면, 그 과학자들의 Product(성과)가 아니라 Process(과정)에 집중하라”라고 조언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노벨생리의학상은 '자가포식(Autopahagy)'을 꾸준히 연구해온 오스미 요시노리에게 돌아갔다.
김 교수는 “1990년대 초 매년 20건에 불과했던 논문 건수는 현재 5000건 이상 쏟아질 정도로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아무도 하지 않았던 분야를 개척한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 덕분에 각종 질병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는 43세에 처음으로 연구실을 열어 남들이 하지 않은 연구를 수행했다.
오스미 교수가 연구한 자가포식은 세포 내 다양한 물질들이나 단백질 등 소기관들이 스스로 분해해 재활용하는 생명현상이다.
세포 내에서 봉지처럼 이중 지질막이 형성돼 세포질 내 물질들을 감싸서 막주머니(오토파고좀)를 형성하고, 이후 리소좀과 결합해 내용물들을 분해해 세포가 재활용되는 과정을 거친다.
김 교수는 “자가포식의 생물학적 의미는 세포 자기보호와 생존 프로그램”이라면서 “세포 내 영양분 부족 등과 같은 안 좋은 환경에서 깨끗이 분해해 재활용한다는 것이고, 세포의 스트레스 대응전략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벨기에 생물학자가 처음 자가포식을 발견한 이래 극소수 연구자들만이 자가포식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요시노리 교수는 세포 내 액포를 관찰하면서 효모를 이용한 자가포식 유도조건을 관찰하고, 이에 필수적인 유전자 15개를 최초로 파악한 분”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자가포식에 장애가 발생하면 세포 내 노폐 물질이 축적되고 퇴행성 뇌질환 등 다양한 질병이 유발될 수 있는데 인공적인 변화를 준다면 암, 노화 등의 질환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최근 닐로티닙(Nilotinib)과 같은 약물의 자가포식을 증가시켜 파킨슨병 증상 완화 등 질병 치료까지 연구가 확장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가포식 연구분야가 노벨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인류의 '건강과 질병'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었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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