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연합DB) |
불안정한 기관장 선임은 연구환경에 악영향 끼칠 수 있어
“척박한 연구환경 제공하는 정부, 멀어지는 노벨상”
최근 다수의 과학기술계 기관장이 정치권의 입맛대로 ‘자리에 올랐다 내렸다’하는 현실에 대덕연구개발특구 연구자들의 상실감이 커져가고 있다.
국가 R&D(연구개발)를 수행하는 기관장이 정치적 입김에 의해 장기간 비어 있거나 잦은 변동이 있는 경우, 소속 연구자들의 연구의욕은 물론 연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직격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노벨과학상 시즌만 되면 과학계에 되려 “노벨상 수상자가 왜 없느냐”고 묻는 정부와 정치권이 원망스럽다는 게 대덕특구 안팎의 전언이다.
20일 과학계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신임 원장에 대한 이사회 결정을 미래창조과학부는 ‘불승인’ 통보를 내렸다.
내정설이 있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이 사임을 표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았던 만큼 논란은 더욱 가열됐다.
지난 7월과 9월 줄지어 사임했던 정민근 한국연구재단 전 이사장과 김승환 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부터 지금껏 과학기술계 수장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표준연의 한 관계자는 “지난 원장이 4개월밖에 지내지 않았지만, 그 사이 연구원의 비전ㆍ조직개편ㆍ연구방향 등이 모두 바뀌었다”며 “또 새로운 기관장이 선임되면 새로운 연구원 방향에 적응할 생각을 하니 연구 의욕이 사려져만 간다”고 토로했다.
대덕특구 관계자 A씨는 “최근 과학기술계 기관장 사태를 바라보는 과학인으로서 정말 씁쓸하고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된다”면서 “도대체 기관장들의 인사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익명을 요구한 과학계 인사 B씨는 “정치적 입맛대로 과학계 수장들을 선임시키는 것은 국가과학기술발전을 저해하는 ‘독’과 같은 행동”이라며 “정치적 입김 없이 정말 출중한 능력과 연구원의 수장역할을 잘해낼 수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오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광주 북구갑)은 “KISTEP 원장 선임과 관련해 이사회 의결 사항을 장관이 불승인한 경우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고 이는 청와대가 현 원장을 인정하지 않은 결과 때문”이라며 “과학기술계 기관장 선임에 청와대 간섭이 지나치다”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이은권 의원(대전 중구)은 “과학기술인들의 연구 의욕을 높여주고 연구환경을 만들어줘야만 우리나라에서도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다”며 “과학계를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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