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고리로 새판 짤 수도..각종 시나리오 생산 중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정계 은퇴 선언 후 2년여간 생활하던 전남 강진군 백련사 인근 토담집을 떠나 하산하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복귀를 선언한다. /연합 |
대권 잠룡 중 한명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정계 복귀가 대선지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인데다 대권 도전을 예고한 손 전 대표가 ‘새판짜기’를 거듭 강조했던 만큼 대선 판도가 출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벌써 손 전 대표를 고리로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는가 하면 대선 주자 간 각종 합종연횡 시나리오도 난무하는 상황이다.
손 전 대표는 20일 정계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2014년 7·30 보궐선거에 낙선한 뒤 정계를 떠나 전남 강진에 칩거한지 2년 2개월만이다.
이날 여의도 정가는 손 전 대표의 정계 복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던 만큼 담담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그의 향후 행보와 정치적 파급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손 전 대표는 지난 5월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서 “국민들은 모든 것을 녹여내는 새판짜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등 야권 대선 주자들 앞에서 정치지형 변화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또한 “나라를 구하는데 죽음을 각오로 저를 던질 것(9월 2일)”, “새로운 권력과 정치 질서를 만들어낼 것(9월 20일)”이라며 대권 도전 의지를 드러냈었다.
그랬던 손 전 대표가 정계로 돌아오면서 기존 대권 판도는 크게 흔들리는 분위기다. 정치권이 가장 주목하는 점은 손 전 대표의 탈당 여부로, 이를 두고 각종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고 있다.
당장 탈당하기보단 당적을 유지하면서 3지대에서 중도개혁 세력 구축에 나설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탈당할 경우 ‘철새’ 딱지가 붙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손 전 대표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당으로 둥지를 옮긴 바 있다. 현재 손 전 대표는 더민주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문재인 대세론’이 아직 유효한데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등판 채비를 서두르는 등 여건이 좋지만은 않다.
탈당 후 행선지로 국민의당이 꼽히지만 어렵긴 마찬가지다. 안 전 대표가 우세를 점하는 가운데 천정배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과의 경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손 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친박, 더민주 친문을 제외한 세력이 헤쳐 모이자는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가에서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손 전 대표가 중도 세력을 규합 중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이재오 전 의원 등과 함께 새로운 정치 결사체를 만들어 야권 후보 단일화를 꾀한다는 내용이다.
3지대에서 대선 후보를 만들면 국민의당과의 연대 혹은 통합 시도가 가능하고, 더 나아가 더민주를 포함한 통합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을 주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일각에선 손 전 대표가 당내에 남아 비주류 좌장격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김종인 전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박영선, 김부겸 의원 등 비문 세력 중심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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