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군자의 덕을 담은 순백의 무대, 짙은 먹선처럼 퍼지는 강렬한 춤의 잔향 '묵향(墨香)'.
사군자의 멋과 먹향을 담은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 '묵향'이 오는 21일과 22일 이틀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지난 2013년 초연된 '묵향'은 매·난·국·죽 사군자를 소재로 정갈한 선비정신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담아낸 작품이다. 고(故) 최현의 '군자무'를 바탕으로 윤성주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안무하고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디자인을 맡았다. 간결하게 정제된 한국 전통춤의 멋을 현대적 감각으로 보여줬다는 관객의 호평에 힘 입어 초연 이듬해 재공연 되는 등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신구 조화를 이루는 주역 무용수 캐스팅을 주목할 만하다. 주역 무용수는 '묵향'의 매·난·국·죽에서 중심점을 맡아, 각각의 장에 맞는 캐릭터를 표현하며 감정선을 이끌어나가는 존재다.
가야금과 거문고의 4중주가 배경음악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이석준은 보다 성숙해진 춤사위로 난을 그리는 선비의 풍류를 표현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선비의 기개를 담은 '오죽'은 2~3미터에 달하는 대나무 장대를 타고 춤을 추는 남성 군무가 돋보이는 장이다. '오죽'의 주역 조용진은 길고 곧은 장대들을 끌고 나가는 중심이자 유일하게 장대 없이 솔로 춤을 추며 부드러움을 표현하는 양면성을 보여주는 역할을 맡는다.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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