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망 기자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권동일 원장이 19일 오전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사직서를 제출하자 대덕특구 안팎에선 박근혜 정부 들어 과학계 기관장들의 인사 검증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데 한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권 전 원장은 4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표준연을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됐다. 역대 출연연 기관장 중 최단명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됐다.
그의 불명예 사임은 지난 몇 개월간 과학기술계 수장들이 입을 꾹 닫고 옷을 벗어오던 것과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정치적 이유와 조직 내 ‘암투’가 아닌 명백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에서 수군거림이 크다.
그는 서울대 교수 시절 모 벤처기업의 대표주주로 비상장 주식을 꽤 많이 갖고 있었다.
인사혁신처는 그 주식이 기관의 업무와 관련성이 높다는 지적을 했다.
이후 그는 22일까지 그는 주식처분과 원장직을 선택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고, 결국 주식을 선택했다.
주식을 선택한 그에게 무작정 “무책임하다”라는 비난만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권 원장은 처음부터 표준연과 연계성이 거의 없는 인사였기 때문이다.
다만, “왜 출연연 기관장으로 임명될 당시에 이러한 부분이 드러나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에는 귀 기울여 볼만하다.
그도 그럴 것이 표준연은 권 원장을 모셔오기 전, 두 번의 원장 선임 무산 사태를 겪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회는 “원장 선임요건에 적합한 인사가 없기 때문”이라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지난 4월 총선이 발단이었다는 추측이 나왔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1번에 신용현 표준연 전 원장이 발탁됐다.
청와대 등 여권은 과학계에 대한 배신감에 부글부글 끓었고, 무조건 여권 입김이 작용한 인사를 표준연 원장 자리에 넣으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말이 돌았다.
이 과정에서 비상장 주식 여부 조자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권 원장을 표준연 기관장에 임명한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다른 후문으로는 일단 권 원장을 앉혀 놓고 비상장 주식 문제를 여권 측에서 처리해 주려 했지만, 최근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직무연관성 주식을 처리하기 어려웠다는 풍문도 있다.
이번 표준연 원장 사임 문제는 단지 표준연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문제며, 국가 과학기술계의 기관장 인사 현실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대덕특구 한 관계자는 “출연연 기관장에게 불어 닥치는 정치적 입김과 관련해서는 과학기술계 홀대, 대덕특구 위상 추락은 어떤 말로도 표현이 어렵다”며 격한 감정을 전했다.
지난 7월과 9월 줄지어 사임했던 정민근 한국연구재단 전 이사장과 김승환 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이 떠오르는 이유는 과학보다 ‘정치’가 중심에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이런 과학계의 ‘적폐’를 해소하지 못하면 노벨과학상 수상은 더욱 요원하다는 게 대덕특구 과학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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