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년간 지속할 효자 사업으로 첫발
중학교 1학년 대상 5개 코스로 탐방체험
역사관 심어주고 대전에 대한 자긍심 키워
2016년 10월 19일, 조선으로 시간여행을 온 법동유생(대전 법동중 1학년)들을 대전 대덕구 동춘당에서 만났다.
옥빛 유생복을 차려입고 어색한 듯 유건과 고름을 만지는 유생들. “문을 여시오”, “조용히들 하시오” 어색한 성대모사가 터져 나오자 조용했던 동춘당에 유쾌한 웃음이 퍼져 나간다.
학생들 사이로 낯익은 훈장이 등장했다. 바로 1일 깜짝 해설사로 나선 권선택 대전시장이다. 권 시장은 옥빛의 도포를 입고 미니 마이크 목에 걸고 학생들 앞에 나타났다.
“동춘당은 말이죠. 조선시대 문인이었던 송준길의 호를 딴 별당 건물이에요. 그의 아버지 송의창이 저 왼편 감나무 아래 세웠던 건물을 1649년 지금 이 자리로 옮겨왔죠.”
권 시장은 문화관광해설사처럼 능숙하게 동춘당을 소개했다. 자리를 옮겨 소대헌ㆍ호연재 고택에서는 요즘 학생들에게는 낯선 투호체험과 다식 만들기를 진행했다. 다식 맛은 기대이하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투호놀이는 재밌다며 수차례 줄이 이어졌다.
19일 대전시는 법동중 1학년 26명을 대상으로 ‘중학생 문화재탐방’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문화재탐방은 대전의 역사 문화 뿌리 찾기 사업의 일환이다. 동춘당(제289호)과 소대헌ㆍ호연재고택(제290호)이 지난 8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사업은 더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18일까지 36개 중학교, 163학급 5475명이 탐방했고, 올해 12월까지 참가 신청이 완료됐다. 현재 5개 코스로 운영중이다. 19일 행사에서는 무형문화재전수회관-동춘당-단재 신채호 생가지로 이어지는 1코스를 체험했다.
박종원(법동중 1학년) 학생은 “학교와 집에서 가까운 동춘당이지만 연돌이 왜 없는지, 왜 앞과 뒷문 크기가 다른지, 과학적으로 설계된 동춘당을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은옥 종무과 문화재담당은 “짧게라도 직접 체험해보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요. 우리는 청소년 10만 명을 목표로 대전의 역사문화를 체험케 할 예정입니다. 올해가 그 첫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시는 일방적인 해설로 듣는 문화재체험은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또 청소년 시기의 배움이 평생을 간다는 점을 공략해 체험 대상 학년을 지정했다. 대전에서 태어난 단재 신채호 선생 생가지를 체험코스에 배치한 것도 대전의 역사적 의미를 새겨주기 위함이다. 비록 문화재청의 ‘문화재 야행’ 사업은 고배를 마셨지만, 시는 지속적으로 역사문화재를 활용하는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아쉬운 점은 5개 코스가 단조롭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동춘당과 우암사적공원, 뿌리공원, 구충남도청사 등 대전에 산다면 한번쯤은 가봤을 명소들이다. 앞으로 10년을 지속할 대전시 효자 아이템이라면 새로운 코스 발굴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 청소년의 눈으로 본 대전 역사문화재에 대한 다양한 의견수렴도 이뤄져야 하겠다.
1일 깜짝 해설사을 마친 권선택 시장은 “학생들 기억에 오래 남을 역사문화체험이 됐으면 좋겠다. 전국 어느 지자체도 중학생 1학년을 대상으로 탐방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자부심을 갖고 문화재탐방이 목표대로 10년간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 문화재탐방’은 대전시가 독보적으로 진행하는 새로운 역사 프로그램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참여학교의 호응도 필요하지만, 10년 이끌어갈 수 있는 대전시의 추진력과 지속성은 과제로 남았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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