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 핵안전시민대책본부' 관계자가 지난달 13일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 앞 사거리에서 "연구원 핵시설에 대한 시민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DB) |
원자력연, “숨긴 게 아니라 규정상 핵폐기물을 이송을 미리 공지할 수 없어”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사용후핵연료가 대량 보관 중인 것이 알려지면서 지역민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원자력연이 사용후핵연료를 대전으로 들이기 전에 주민과 논의는커녕 보고나 통보 절차조차 없었다는 부분에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18일 원자력연에 따르면 원내에는 사용후핵연료인 폐연료봉 1390개와 손상 핵연료 309개, 총 1966개가 현재 관리 중이다.
이는 총 3.3톤(t) 규모에 달한다.
원자력연은 1987년 4월부터 2013년 8월까지 고리ㆍ한빛ㆍ한울 등 원자력발전소에서 21차례에 걸쳐 폐연료봉을 옮겨왔다.
첫 이송이 시작된 지 약 20여년 가까이 지났지만, 유성구민을 비롯한 대전시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유성구 장대동에 거주하는 조모(26)양은 “폐기물이 유성에 있는 원자력연에 있는지는 전혀 알지도 못했고, 지금도 타지역의 폐기물이 대전으로 들어오는지 이유도 누구 하나 설명해주는 사람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유성구도 폐연료봉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내보였다.
허태정 구청장은 “30년간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주민에게 알리지 않고 쉬쉬한 건 명백한 기만행위”라며 “원자력 안전관리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자력연 관계자는 “폐연료봉의 손상원인을 밝히고 신소재를 개발해 성능과 안전성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순수 연구’ 목적으로 폐연료봉을 이송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미리 폐연료봉의 이송에 대해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원자력연 관계자는 “숨긴 것이 아니라 규정상 폐연료봉의 이송 시간, 절차, 장소 등은 사전에 알리지 않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성핵안전시민대책본부 관계자는 “대전시민은 무조건 안전하니 믿으라는 원자력연구시설 측의 말을 믿을 수 없고 그들이 내부적이고 자체적으로 한다는 ‘안전 검증’도 신뢰할 수 없다”며 “대전의 시민사회단체와 주민 대표, 주민들이 신뢰할 만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증단을 통한 3자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동섭 시의원은 “3만드럼(드럼 당 200L) 중저준위 폐기물과 고준위 폐기물에 해당하는 핵연료봉 1966개가 모두 대전에 보관 중인 것이 들어나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며 “대전 시민들을 위한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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