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19일부터 자격 조건 강화… 신혼부부 한숨
다주택자 혜택에 정부 관리소홀 탓 지적
#. 대전 유성구에 사는 결혼 2년차 임모(30)씨는 갑작스럽게 변경된 보금자리론 대출 조건을 보고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보금자리론은 정부가 지원하는 서민용 주택담보대출로, 10년 만기 상품의 고정금리가 연 2.5% 수준이라 신혼부부에게 인기였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수도권 중심의 과열된 부동산시장 등을 이유로 연말까지 운영을 중단하면서 대전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민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게 됐다.
임씨는 “예고도 없이 자격 조건을 강화해버리는 탓에 내 집 마련 꿈이 물거품 됐다”고 토로했다.
갑작스럽게 보금자리론 대출 자격이 강화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주택금융공사(공사)는 19일부터 보금자리론 대상이 되는 주택 가격을 9억원에서 3억원 이하로, 대출 한도는 5억원에서 1억원 이하로 내린다. 기존엔 없던 ‘부부 합산 6000만원 이하만 대출을 허용한다’는 소득 제한도 추가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사실상 보금자리론이 중단됐다고 보고 있다. ‘3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1억원 이하 대출’ 조건을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보금자리론 막차를 타기 위한 수요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공사 대전지사 관계자는 “18일까지는 변경 전 조건으로 대출이 가능해 이날 신청 건수가 3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공사는 보금자리론 축소가 건전성 관리 차원이라고 해명하지만, 정부의 관리 소홀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인천 연수구갑)이 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금자리론 수요는 6조원을 예상했으나 실제 판매 금액은 14조 7496억원으로 목표 대비 248%를 기록했다. 올해도 보금자리론 수요는 6조원인데, 이미 8월 기준 9조 4192억원이 판매됐다.
또 저소득·무주택자 고객의 주택 마련을 지원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지난해 2주택자에 대한 대출금액이 2조 2739억원으로 총 보금자리론 판매금액 14조 3797억원의 15%에 달했다.
1주택자에 한해 3년 이내 기존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을 걸었지만 8월 기준 지난해 대출을 받은 건수 중 25%만 기존주택을 처분했고 올해 대출 건수 중에는 단 6%가 기존주택을 팔았다.
박 의원은 “지난해 예측 실패를 했음에도 올해 계획 수립에 이런 점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일부 다주택자와 높은 주택가격 한도로 인해 투기에 이용되고 있어 운용규모와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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