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A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인자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가정이 어려운 학생들과 일일이 상담을 해가며 아이들의 어려운 점을 살펴왔다. 아이들은 교장선생님 방에 가서 상담하는 시간을 언제보다 손꼽아 기다린다. 교장선생님의 따뜻한 말한마디도 감사하지만, 가방 한가득 보물 보따리를 열어 맛있는 간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교장선생님은 최근들어 고민이 생겼다. 청탁금지법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무심코 나눠줬던 간식이 자칫 해석을 잘못하면 연말 교원평가를 받아야 하는 스승들이 아이들에게 제공한 ‘뇌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장선생님은 “사회적으로 뿌리깊은 부정과 청탁을 뿌리뽑겠다는 법이 스승과 제자간의 신뢰와 정도 무너뜨릴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청탁 금지법 시행 첫번째 신고는 한 대학의 캔커피 사건이었다.
제자가 스승에게 캔커피를 건네는 것을 보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신고를 했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가 보도되면서 교육계는 놀라움과 씁쓸함이 교차했다.
캔커피 하나까지 뇌물로 적용받을 수 있다는 경계심과 한편으로는 사제간 존경의 의미로 건넨 음료가 부정 청탁의 수단으로 폄하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정작 현실에서는 캔커피를 건네받은 교수는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받은 선물이기 때문이다.
청탁 금지법 시행에 따른 피해가 교육계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가장 예의주시하는 곳은 대학원 석ㆍ박사 과정의 일명 ‘거마비’관행이다.
충남대는 학생들이 논문심사를 받을때 석사학위는 10만원, 박사는 30만원의 논문 심사비를 부담하도록 한다.
이 금액은 박사과정에서 5명의 심사위원에게 위원장은 6만8000원, 위원들은 5만8000원씩 배분하는 금액이다. 이 논문심사비는 30여년전 책정된 심사비다. 3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단 한번도 심사비 인상은 없었다.
심사비를 현실화 하겠다며 인상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대학원 자원이 부족한 지방대학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대의 경우 외부 심사 요원에 대한 심사비와 출장비 등을 학교측에서 부담할 경우 연간 3000여만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예산 지원에 대해서는 검토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측의 지원은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청탁금지법에 따른 학생들의 부담 증가가 현실화 될 전망이다.
지역 사립대학 관계자는 “국립대보다 사립대학은 2배이상 논문 심사비가 비싸지만, 이마저도 현실화 돼있지 않다며 전국적으로 인상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며 “부정 청탁을 금지하겠다며 거마비를 없애고 거마비를 논문 심사비 명목으로 양성화해 학생들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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