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변화에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는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기후변화에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는가?

  • 승인 2016-10-16 12:05
  • 신문게재 2016-10-17 22면
  • 권철환 소백산국립공원북부사무소장권철환 소백산국립공원북부사무소장
▲ 권철환 소백산국립공원북부사무소장
▲ 권철환 소백산국립공원북부사무소장
내 기억에 이렇게도 뜨거웠던 여름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던 것 같다. 폭염발생일수는 20일을 훌쩍 넘겼고, 밤이 늦어도 에어컨을 끄면 속옷에 배어드는 땀에 잠 못드는 밤이 헤아리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뉴스에는 폭염경보 발령이다 전기 누진제다 연일 더위 때문에 시끄러웠다. 하늘도 더위가 물러가길 바랬는지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한풀 꺾인 더위를 맞이하고 나니 이제 제자리를 찾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살인적인 더위가 의례히 겪는 통과 의례로만 여겼지만, 올해만큼은 너무도 낯설다. 에어컨없이 시원한 등목으로 더위를 피해가던 20년 전쯤과 사회적인 여건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소백산이 자리한 이곳 단양지역의 현장 상황은 예전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숲의 그늘에 들어서도 숨막히는 더위는 물러갈 기색이 없고, 늘 기승을 부리던 모기도 올해만큼은 그 기세가 약해졌다. 저녁 무렵이나 되어야 더위에 늘어진 작물을 돌보느라 농민들이 밭으로 나오고,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만 비켜가는 태풍경로를 보고 있노라면 무언가 달라지긴 한 것 같다. 사람의 행동이나 느끼는 바가 이만큼이나 달라졌는데, 느릿느릿 변했다손 치더라도 자연도 그만큼 달라졌을 터이다.

내가 기후변화 전문가가 아니지만 소백산은 분명 달라지고 있다. 소백산의 비로봉은 천연기념물 제244호인 주목군락이 자생하는 것을 제외하고, 지형적?기후적인 여건으로 인해 큰 나무가 자랄 수 없다고 알려진 곳이다. 멸종위기식물인 복주머니란을 포함하여 노랑무늬붓꽃, 모데미풀, 왜솜다리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희귀식물이 자생하는 곳으로, 백두대간에 포함되는 국가 핵심생태축에 해당되는 지역이다. 게다가 국립공원관리공단 설립 이후 훼손지 복구, 특별보호구 지정 등 중점적으로 관리하고자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1980년도 사진과 비교했을 때 비로봉의 현재 모습은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주목군락지 보호를 위해 쳐진 목재 펜스를 중심으로 빼곡하게 숲이 채워지고 있었고, 넓은 초지 군데군데에는 철쭉이 자라고 있다. 과거 항공사진과 대조했을 때 대략적으로 1980년도 이후 비로봉에서만 최소 5만㎡가량의 초지가 사라진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그동안 암암리에 이루어진 희귀식물 불법 채취, 무단출입은 물론 취사, 흡연 행위 등 무분별한 이용 행태 덕에 질적, 양적 건전성의 심각한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얼마가 될지 모르나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의 아이들은 비로봉의 호쾌한 경관과 그 속에 희귀식물들 사진으로만 보게될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기후변화는 국가 간 정치적, 경제적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의 규모, 지역, 시기 및 변화의 양상을 특정하기 어려워 대응이 어렵고, 국지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스케일은 더더욱 아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국립공원은 해가 갈수록 탐방객이 늘어가고, 불법행위의 빈도도 증가하며, 공원 주변에서 완충 역활을 하던 논습지가 점점 사라지는 등 우리의 자연유산(Nature Heritage) 보전 여건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가뜩이나 기후변화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희귀동식물들의 안식처를 우리의 즐거움을 위해 소비시켜야 마땅한가? 일인당 국민소득이 2만5000불이 넘고, 세계경제규모 11위에 걸맞는 건전한 레저 문화가 확산되길 바라는 건 아직 욕심일까? 가을이 들어서는 문턱에서 '자연'과 '인간'이 모두 행복한 국립공원을 상상해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통령실 이전 '대전과 세종 경계선' 발언은 왜
  2. 휴대전화 뺏었다고 교사 폭행... 무너진 교권, 대책은 없나
  3. 대전시불교총연합회 주최 대전시민연등문화축제
  4. "대전교육청이 나서야" 급식 조리원 문제 해결 촉구 목소리 잇달아
  5. "교도소인데요 계약서 보낼게요" 교정기관 사칭 사기 '극성'
  1. [박현경골프아카데미]치킨윙이 계속 나온다고요? 클럽 끝 방향만 바꿔주면 해결됩니다!
  2. 원자력산업 종사자들 민주당에 "긴 호흡으로 지원·육성 필요"
  3. 대한민국 대표 과학축제 '2025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하루 앞으로
  4. 건강관리협 대전충남지부, 대전 돈보스코의 집 사회공헌 건강검진
  5. [사설] '과학축제' 개막, 대전 위상 알릴 호재

헤드라인 뉴스


"충청서 이겨야 대선필승" 민주-국힘 중원대첩 사활

"충청서 이겨야 대선필승" 민주-국힘 중원대첩 사활

6·3 조기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대 승부처 충청 민심을 잡기 위한 각 당 후보들의 행보가 본격화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한 충청권 투표에 돌입한 가운데 각 후보 진영은 금강벨트의 각 요충지 공략에 나섰다. 1차 예비경선에 진출할 후보를 확정한 국민의힘의 경우 지역 보수 인사별로 지지후보별 세 결집에 나서는 등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양 당 후보들이 이처럼 충청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반드시 중원을 차지해 한다는 절박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16일..

정치권, 세월호 참사 11주기 추모… 대선 후보들 행보는 대조
정치권, 세월호 참사 11주기 추모… 대선 후보들 행보는 대조

세월호 참사 11주기인 16일, 정치권은 모두 희생자를 추모하고 영면을 기원하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강조했다. 대권행보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경수·김동연·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한동훈,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추모행사에 참석하거나 개별적으로 추모했지만, 국힘 주자 대부분은 경선에 집중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과 국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 개혁신당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 참석했다. 민주당 대변인은..

[우리동네 자영업 스토리] 대전 헤비츠 갤러리 카페
[우리동네 자영업 스토리] 대전 헤비츠 갤러리 카페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한 번쯤은 본 듯한 카페와 식당 등이 눈에 익는다. 언젠가 한 번 가보겠다는 생각에 스치면 다른 업종으로 바뀌기도 한다. 새 업종이 들어오면 궁금하던 찰나에 영업을 종료한다. 손쉽게 바뀌는 자영업의 생태계 속에 이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은 어떤 스토리로 가게가 만들어졌는지, 가게만의 장점은 무엇인지 궁금한 이들이 많다. 하지만 막상 발길이 닿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방문 전 그곳만의 스토리와 강점 등을 자세히 안다면 가게를 방문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진다. 자연스레 발길이 닿고, 자영업자는 매출이 오르고, 지역에서 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느려도 괜찮아’, 어린이 거북이 마라톤대회 ‘느려도 괜찮아’, 어린이 거북이 마라톤대회

  • 감염병 예방 위한 집중 방역 감염병 예방 위한 집중 방역

  • 새내기 유권자들, ‘꼭 투표하세요’ 새내기 유권자들, ‘꼭 투표하세요’

  •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 전국 첫 출하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 전국 첫 출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