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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4G망에 적용하자’ SKT·KT 주장 받아들여
“동창들 핸드폰에서 동시에 ‘진동’이 울리기에 뭔가 봤더니 ‘긴급재난문자’였어요.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하더라고요. 불안한 마음에 제 핸드폰을 들여다봤지만, 끝까지 (긴급재난문자가) 오지 않았죠. 세상에, 안전 앞에서 이런 차별이 어딨어요?” (김상구씨·55·대전 노은동)
SKT와 KT의 3G 휴대폰 사용자 1190만명은 지진, 태풍 등 긴급재난 시 정부가 발송하는 긴급재난문자를 받지 못한다.
이는 정부가 6년 전 ‘3G망은 불가하고 4G망에 적용하자’는 SKT와 KT의 뜻을 받아들인 탓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갑)은 보도자료에서, “일본과 미국에서도 되는 3G망 재난문자 서비스가 SKT와 KT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올해 7월 기준 3G망에 가입한 SKT 고객은 447만명, KT는 246만명, SKT와 KT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가입자는 497만명에 달한다.
국민안전처의 ‘3G 재난문자방송 기능탑재 관련 업무회의 결과보고’ 자료에 따르면, 2010년 6월 SKT와 KT는 재난문자를 전송하는 CBS(Cell Broadcasting System) 기술을 3G망 휴대폰에 적용할 경우, 배터리 소모가 2G폰에 비해 1.7배 늘어나고 휴대폰 A/S와 기지국 조정에 230억원(대당 1000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며 ‘적용불가’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국회와 언론들이 3G망에도 CBS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2012년 미국도 CBS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할 때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하지만, 결국 3G망에 CBS를 도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기술검토보고서를 SKT와 KT가 제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고 의원은 “정부가 통신사업자들의 저항에 부딪혀 국민의 안전을 스스로 포기해 버린 것”이라며 “이제라도 재난문자를 받지 못하는 국민을 위해 이통사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재난 통신체계를 총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과 미국은 3G 망에서도 재난문자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당시 회의에 참석한 정부부처는 현 미래창조과학부(구 방송통신위원회)와 국민안전처(구 소방방재청)이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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