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대전의 공간'에 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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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대전의 공간'에 대한 기록

월간토마토 대전여지도1 펴내

  • 승인 2016-10-13 11:54
  • 신문게재 2016-10-14 12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 대전여지도1  이용원 글·사진, 월간 토마토 刊
▲ 대전여지도1 이용원 글·사진, 월간 토마토 刊
대전이라는 도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주거공간의 소멸과 탄생, 쇠락과 번성은 전국 어느 도시에서나 흡사하게 발견되는 패턴이다. 한국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살던 익숙한 골목이나 집, 소소한 풍경들이 개발로 인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경험이 한 번 정도는 있을 것이다. 소비재로 전락해 버린 공간은 개성과 정겨움을 잃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도시에도 다양한 형태의 주거공간들이 공존하고 있다.

허름해 보여도 오랜 시간이 쌓인 정겨운 공간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공간과 그 위에 펼쳐진 삶을 기록하는 작업은 그것이 어디건 누구건 소중하다”는 이용원 저자의 말처럼 하루아침에 익숙했던 골목이 개발로 사라지거나, 의미를 지닌 건물이 자본의 논리로 그 본모습을 잃어버리거나, 혹은 마을의 역사를 기억하는 이들을 점차 찾기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기록이란 존재를 되살려 내는 유일한 방책이다.

저자 이용원 편집장은 대전이라는 지역에서 2007년부터 문화예술잡지 '월간토마토'를 창간하며 '대전여지도'라는 꼭지를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다. 그는 이 시대 자본의 때가 덕지덕지 묻은 도시 곳곳에서 희미해진 마을을 찾아다닌다.

이번에 출간한 대전여지도는 이렇게 모은 글과 사진을 엮어 첫 번째 책 대전 중구편을 내놨다. 이 책은 여행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문적인 지리서도 아니다. 그보다는 사람살이의 최소 주거 단위인 '마을'이라는 정겨운 무형의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이다. 이 골목, 저 골목 헤매다가 맞닥뜨린 우연한 풍경이 소소하게 말을 건다. 그것은 획일화와 반대되는 '다름'과의 만남이다. 예상 밖의 풍경, 이 집과 저 집, 이 골목과 저 골목은 저마다 다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매순간 흥미롭다. 그런 발견의 과정이 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1부 골목에서 만나다'는 한때 김지미와 나훈아가 살았다는 고풍스러운 주택이 자리한 대사동 한절골마을을 비롯한 전형적인 산동네인 솔밭마을의 아기자기한 집과 골목 풍경을 담았다. 또한 옥계동, 호동, 부사동, 문화동 주택 단지에서 만나는 골목 풍경들이 정겹다.

'2부 산자락에 기댄 마을'에서는 안영동, 금동, 무수동 등의 자연마을에서 만난 풍경들은 '마을'이라는 기본 단위의 원형을 보여 준다. 안영동 검은바우마을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마을을 헤매는 낯선 이방인을 포근한 눈으로 바라보고 검은바우가 어디냐는 질문에 “아, 여기가 검은바우여.” 하고 한없이 여유롭게 대답한다. 저자의 말대로 이런 무심한 말 한마디에도 정겨움이 묻어난다. 그것이야말로 자연마을의 매력이다.

'3부 원도심의 기억'에서는 대흥동, 선화동, 은행동 대전역과 옛 충남도청이 생기면서 근대 도심지로 개발된 곳들에 간신히 숨어 있는 과거의 흔적들을 발견한다. 지금은 이전된 대흥동 '뾰족집'의 온전하던 옛 모습과 재개발되며 사라진 마을들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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