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가장 날씨가 좋은 요즘 무거운 주제 보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감동이 전해지는 책을 소개한다.
제목은 '앙 : 단팥 인생 이야기'로 일본 소설이다. 제목의 '앙'은 우리에겐 낯선 단어다. 어쩌면 '앙꼬'라고 하는 편이 더 친근할 지도 모르겠다. 빵이나 떡 안에 넣는 '팥소'라는 뜻의 일본어인데 이 작품에서는 일본의 전통과자 도라야키에 들어간 단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도라야키는 우리의 붕어빵처럼 일본 서민들의 길거리의 간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남모를 사연으로 손에 장애를 가지게 된 76세 도쿠에 할머니, 도라야키를 팔면서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중년 남자 센타로, 가정에서 학교에서도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은 여중생 와카나 이 세 사람이 엮어가는 이야기로 첫 장면이 벚꽃 잎이 흩날리는 거리에 위치한 '도리하루'가게….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작된다.
14세에 한센병을 앓아 평생 '덴쇼엔'(국립한센요양소)에서 보낸 도쿠에 할머니가 '도리하루' 가게에 찾아와 공짜나 다름없는 시급으로 일하기를 원했고 가게 주인 센타로는 도쿠에 할머니의 굽은 손을 보며 찜찜한 기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일하기를 허락한다.
센타로는 도라야키 만드는 일을 그냥 밥을 먹기 위한 수단 일뿐 그 이상은 아니어서 앙을 직접 만들지 않고 해놓은 것을 사서 도라야키를 만들어 팔았다. 그런데 도쿠에 할머니는 직접 앙을 만들기 시작했고 앙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본 센타로는 그 정성과 팥과 대화를 하는 도쿠에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도쿠에 할머니가 앙을 만들기 시작한 뒤로 '도리하루'의 매상이 나날이 올라가고 찾아오는 손님도 늘고 그중 여중생 와카나는 도쿠에 할머니에게 많은 위로를 받는다. 그런데 도쿠에 할머니가 한센병 환자라는 것이 소문이 나면서 도쿠에 할머니는 떠나고 결국 '도리하루'가게의 폐점위기까지 온다.
센타로는 여태껏 도라야키 만드는 일이 의미를 부여한 적이 없지만 도쿠에 할머니가 떠난 뒤 진정한 '앙'을 만들어 제대로 도라야키를 만들고 싶어진다.
결국 센타로와 와카나는 '덴소엔' 에 직접 찾아가 도쿠에 할머니의 살아온 인생을 알아가며 앙을 만드는 것에 정성을 기울인 할머니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병은 완치되었지만 편견으로 여전히 사람들에게 소외된 사람들…. 한센병은 이 시대에서는 더 이상 전염병이 아닌 세월에 묻혀 사라진 과거의 질병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현재까지도 고통으로 이어지는 병이라는 사실을 이야기 한다.
'앙'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국내에서도 개봉해서 가슴을 잔잔히 울리는 감동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기회에 영화도 챙겨보아야겠다.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있을 듯 하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이 계절, 여행도 좋지만 모처럼 마음의 여유를 찾아줄 수 있는 이 한권의 책을 권하고 싶다.
▲ 강문숙 신탄진평생학습 도서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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