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대전체육포럼 사무총장 |
법 시행 이후 개최되는 첫 대규모 행사에 '란파라치'가 몰려 올 거라는 괴소문도 나돌아 참가자들이 극도로 몸을 사리면서다.
충남도 체전 조직위원회는 최선을 다해 체전을 준비했었다. 충남발전연구원은 생산유발효과로 2606억원, 고용창출효과는 1996명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영란법으로 예상이 크게 빚나갔다.
충남도는 “더 이상 체전에 따른 경제효과를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전국체전 개최지에서는 타 시·도의 선수와 임원 그리고 언론 관련자에게 차량을 제공한 반면 이번에는 국가권익위원회로부터 선수단 차량 지원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충남도는 예약한 택시와 렌터카 200여대를 모두 취소했다.
각 지역 체육회도 소속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숙소를 잡아주거나 단체장의 만찬, 격려금 지급이 있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였다.
관행도 모두 사라졌다. 격려금은 출전 선수단의 빡빡한 대회출전비에 더해져 좀 더 나은 식사와 간식을 마련했었다. 체전 기간동안 종목별 시·도 가맹경기단체 임원들이 모여 우의를 다지던 만찬도 자취를 감췄다.
전과 같았다면 체전 지역의 맛 집이나 대형 식당은 예약하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이번 체전 7일 동안 어느 누구도 식사하자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커피도, 술도, 밥도 안 먹었다.
우리나라는 차 한 잔, 술 한 잔, 고기 한 점 먹어가며 이야기 하는 정 있는 나라인데 아주 안좋아졌다. 청렴사회로 가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는 하나 피해가 너무 크다.
특히, 이번 전국체전에선 언론에 체전 기사가 저조했다. 기자들이 대거 전국체전에 참여하지 않아 체전 기사가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불똥이 대한체육회와 17개 시·도가 1년 동안 공들인 우리나라 최고의 스포츠제전을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게 하고 있다. 한 종목이 운영되려면 협회를 중심으로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실업 팀이 유기적인 정보 교류를 통해 진학과 선수 구성에 협력해야 한다.
이제 어떤 해법이 제시되어야 할지 난감하다.
게다가 앞으로 시·도에서 체전 개최를 꺼려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될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전국체전이 지방 순회 개최되면서 체전을 유치하기 위해 각 시·도들이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데,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체전의 결과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큰 수고만 하게 되서다. 전국 시·도들이 전국체전과 같은 스포츠이벤트를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려는 것은 전 세계가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유치하려는 목적과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홍보하고 로비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은 당연한 기본 활동인데 이것을 커피 한잔도 못 마시며, 하나하나 국민권익위에 물어보고, 답을 못 내서 쩔쩔매고 눈치보며 서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모습이 정말 안타깝다.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경기장을 준비하고 도로와 거리를 정비하고, 꼼꼼한 계획으로 오랫동안 체전을 준비한 충남도 15개 시·군민 전체가 김영란 법의 최대 피해자로 보인다.
모두가 침체된 분위기로 마무리되는 이번 체전의 결과가 과연 부정청탁을 방지하겠다는 김영란 법의 목적을 잘 달성해서 잘됐다고, 좋았다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대전체육포럼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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