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헌 9차례 불구 중앙권력 구조개편만 치중 ‘대조’
정세균 의장 중앙-지방 권력분립 제도화 강조
<속보>=연말 개헌정국을 앞두고 지방분권형 개헌이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 <본보 13일자 4면 보도>
지방분권의 헌법 명시가 국제적 추세인 데다가 우리나라 입법부 수장도 개헌과정에서의 지방분권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개헌 ‘프레임’의 한 축으로 지방분권이 주목받는 모양새다.
정치권에 따르면 헌법에 지방분권 명시가 미흡한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프랑스는 2003년 지방분권형 개헌했다.
주요 내용은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권한이양, 직접민주제 보완, 지방정부 실험적 집행권 보장 등 내용이 헌법에 보장됐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이 나라 헌법 117조에는 지방정부 자치입법권, 119조에는 재정 및 세제 자치권을 규정하고 있다.
스위스와 독일 역시 각각 2004년과 2006년 지방정부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개헌을 시행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1952년부터 1987년까지 개헌을 9차례나 했지만, 중앙정치 권력구조 개편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지방분권 보장은 미흡했다.
▲1차(52년) 대통령재선 ▲2차(54) 집권연장 사사오입 ▲3차(60) 의원내각제 ▲4차(60) 소급입법 ▲5차(62) 제왕적 대통령제 ▲6차(69) 대통령 3선연임 ▲7차(72)대통령 간선 ▲8차(80) 대통령 7년단임 ▲9차(87) 대통령 직선 등이 그동안 있었던 개헌의 주요 내용이었다.
이번 연말 개헌정국에서 지방분권형 헌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얼마전 우리나라 입법부 수장이 지방분권형 개헌에 힘을 싣고 나서면서 지방에 희소식이 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12일 강원도 원주 치악예술관에서 원주시민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지방분권과 헌법개정’에 대해 강연했다.
정 의장은 지난 30년간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중앙-지방간 권력분립을 헌법적 제도화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치입법권의 확보, 재정자치권의 확립, 지방정부의 인사권 보장 등 ‘지방분권의 3대 필수 요건’으로 제시했다.
정 의장은 이날 “재정자치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관련 규정을 헌법에 포함, 지방재정의 비중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며 “지방의 인사권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자율적 판단 하에 인재를 중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권이 개헌을 향해 잰걸음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 등이 지방분권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고 정 의장이 이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수불가결함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역량결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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