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미 경제과학부 기자 |
물론 취재과정에서 공모 결과가 희망적이지 않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올해 기존의 10개 시도 사업만 살펴봐도 대전시가 가진 문화유산으로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분명 존재했다. 이것은 서울과 부산, 경기도, 전남 등 옛 수도와 인접했던 지역은 느낄 수 없는 문화유산 빈곤지역만의 아픔이다.
대전에 국보(제101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가 있다는 사실 아느냐고 묻는다면 시민 몇이나 답할 수 있을까. 동춘당과 호연재고택(중요민속문화재)이 어떤 문화재로 분류돼 있는지 알기는 할까.
대전에서 태어났고 자랐지만 늘 ‘대전은 재미없는 도시, 갈 곳 없는 도시’로 비춰지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일지는 모르나 공연문화예술 또는 문화유적을 찾아 경주와 서울 등 타지역으로의 떠남이 익숙하다. 이는 나뿐 아니라 교통의 중심지라는 대전의 이점을 활용한 대전시민 모두가 경험해본 ‘떠남의 이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전시는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
문화예술향유 권리를 누리기 위해 떠나는 시민을 제재할 수는 없지만, 우리지역에서 모든 것을 충족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정비 또는 플랜이 필요하다. 부족한 문화유적은 스토리텔링으로 보충하고, 예술공연은 이름 있는 작품으로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 관심 없어서가 아니라 ‘없어서’ 즐기지 못하는 대전시민이 더욱 많지 않은가.
이런 면에서 볼 때 대전시가 연중행사로 진행하는 ‘청소년 문화재탐방’은 반가운 소식이다. 청소년들이 우리 지역 문화재에 대한 소중함,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면 분명 그 기억은 후손에까지 대물림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생가터, 고려의 충신 이색의 초상, 겸재 정선의 육상묘도 등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문화유적이 대전에도 분명 존재한다.
올해도 내년에도 대전에서 문화재 야행은 진행되지 않는다. 허나 실망할 이유는 없다. 정부사업이 아니면 어떤가. 지자체의 노력과 관심만 모인다면 독자적인 문화재 야행은 탄생할 수 있다. 물론 관계기관의 고민은 쌓여가겠지만, 문화재가 부족하다는 지역의 태생적 이유만으로 답보해서는 안 된다.
‘대전에서 문화재 야행하고 싶다’는 나만의 바람이 전국민의 마음에도 싹트는 날이 오겠지. 이해미 경제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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