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시도 담당자 회의서 “수정보완 필요하다” 건의
대전 5700여명 대상자…12월 초 시행 계획 앞두고 고심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사업에 대한 제도 개선 목소리가 제기됐다.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요구하는 데다 신청자 본인이 직접 수령하게 해 청소년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
12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보건복지부가 ‘저소득층 여성청소년 생리대 지원 사업 안내 지침’을 통해 중위소득 40% 이하의 11~18세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원토록 했다.
이에 따라 시는 12월 초 생리대 지원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국비 50%와 시ㆍ구비 각 25%로 충당한다.
시와 복지부는 올해 말까지 3개월분의 생리대를 지급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상자인 청소년이 지역 보건소에 방문해 소득 분위를 확인하고 인적사항을 입력 후 수령하게 돼 있다.
현재 대전시가 파악한 생리대 지원 대상자는 5700여 명으로 이중 10%가량이 시설ㆍ기관에 소속되지 않아 직접 수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생리대를 지원받아 쓴다는 사실을 드러내야만 받게끔 돼 있는 현행 지침대로라면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이 얼마나 지원 제도를 이용할지 미지수라는 시각이다. 초경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시기에 11세로 대상자를 한정한 것도 반쪽짜리 지원 사업이라는 오명을 낳고 있다.
복지부의 이러한 지침이 내려진 후 17개 시ㆍ도 담당자는 지난달 말 회의를 통해 사업의 수정ㆍ보완 필요성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시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생리대를 신청하러 와서 쭈뼛쭈뼛할 청소년의 모습이 그려져서 회의 당시에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던 부분”이라며 “개인정보보호와 지급 방법에 대해 복지부에 개선을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이른바 ‘깔창 생리대’가 세상에 알려진 후 지역에선 생리대 기부 움직임이 일었다. 한 온라인쇼핑몰이 3600만원 상당의 생리대를 기탁했다. 당시 시 복지정책과와 여성청소년과는 지역의 가출청소년 상담시설 6곳에 매월 일부를 전달하는 식으로 생리대를 나눴다.
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형편이나 상황이 어려운 청소년한테 전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시설을 알아봤다”며 “누가 생리대를 받았는지 굳이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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