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란 세트에도 한산한 식당. 이성희 기자 |
대전시, 관련업계 대표 경청 간담회 개최
업계, 현실적 어려움 토로하며 명확한 기준 제시 촉구
“뭔가 딱 잡히는 게 없으니 다들 안 걸리려고 눈치작전만 하고 있는 거죠.”
“김영란세트를 만들면 뭐합니까. 한번 돌아선 발길을 되돌린다는 게 쉬운 것도 아니고.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잔다는 업주도 많아요.”
12일 대전시가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지역경제 여파를 파악하고자 마련한 ‘관련업계 대표 경청 간담회’에서 쏟아진 아우성이다.
불과 보름 전 시행에 들어간 청탁금지법이 사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지역경제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전의 서비스업 비중은 82.2%로 전국 최고다. 도시규모가 더 큰 부산(79.6%), 인천(71.9%), 대구(77.3%)보다 높다.
다만 서비스업 중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등 전통서비스업의 비중은 11.7%로 도시규모가 비슷한 광주(11.8%) 수준이고 부산(15.6%), 대구(13.7%)에 비해 낮은 편이다.
시는 전통서비스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청탁금지법 여파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국내경기에 지역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의 직격탄을 맞은 요식업 등 소비업계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정진석 한국외식업중앙회대전시지회 사무국장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다들 힘들다고 하지만 일식·한정식집은 특히 장사가 안돼 업종전환을 고민하는 회원들이 많다”면서 “막상 업종전환을 하려해도 기존 인테리어를 바꾸는 문제, 주변 상권과 업종이 겹치는 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 국장은 유성구가 이달부터 연말까지 매주 1차례 구내식당 문을 닫고 직원들에게 인근 식당을 이용토록 장려하는 ‘지역경제 활성화의날’ 같은 시책을 추진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유성구는 지역경제 활성화의날을 월2회 운영해왔으나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지역상권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최근 매주 1회 확대로 방침을 정했다.
송병희 소비자교육중앙회대전시지부 회장은 “법 시행 초기 시범케이스로 적발되지 않으려고 다들 지나치게 움츠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부작용을 막고 건전한 소비가 이뤄지도록 하려면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빨리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만간 정부가 다양한 유권해석을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면 내수소비는 정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기대도 나왔다.
시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를 토대로 착하고 건전한 소비활동을 적극 권장해 나가겠다”며 “내수 소비 시장이 조기에 정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소비자단체 및 관련 단체들과 착한소비 촉진을 위한 공동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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