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교사에 이어 법원도 ‘혼란’예상
권익위, 인력 부족으로 대처도 미흡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시행된지 보름이나 됐지만, 지역 사회에서도 법 해석과 적용을 둘러싼 혼선의 목소리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는 인력부족 등으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기관들의 혼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탁금지법의 시행으로 청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을 마련하게 됐다는 의견도 있으나, 법이 정착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2일 지역 지자체 및 공공기관, 각급 학교 등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법 해석과 적용범위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다. 어느 정도까지 법이 적용되는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청탁금지법 관련 문의를 할 곳도 마땅치 않고, 시행 초기다 보니 명쾌하게 답변을 해 주는 기관이 없어 법 적용대상자들의 답답함만 커지고 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아 대부분이 일반인들과의 식사를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다. 직무 관련성 때문에 일반인과의 접촉도 가급적 피하고 있다”면서 “점심시간에는 구내식당이나 저렴한 음식점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 교사들 역시 청탁금지법이 우리 사회의 정서와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스승에게 카네이션 한 송이, 캔커피 하나를 건네는 일도 안된다는 일부의 해석이 나오면서, 사회 정서와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법과 관련된 설명회를 들었는데 법률이 너무 어렵다. 법률 해석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는 교직원들이 대다수다”면서 “이로 인해 교사들도 심적으로 부담이 커지면서 학부모들과의 접촉을 꺼리고 있는 모습”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청렴사회를 만들겠다는 법의 취지는 좋지만, 현재의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면서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서로 조심하면서 눈치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과태료 처분을 담당할 법원도 혼란이 예상된다. 청탁금지법 신고 처리 절차 등에 따르면 신고자는 권익위와 감사원, 감독기관, 소속기관 등에 법 위반사항을 신고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중대한 사건은 수사와 입건, 기소를 거쳐 형사재판으로 넘어간다. 가벼운 과태료 처분도 법원이 맡게 된다.
청탁금지법은 고발인이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이로 인해 처분 대상자가 법 위반 사실을 부인하거나 불복할 가능성이 커 다툼이 빚어지면 사건처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등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은 사실관계부터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데, 재판과 사무업무가 많은 현재의 법원시스템으로 이를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큰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권익위는 인력 부족으로 신속하게 대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권익위에 따르면 현재 청탁금지법 질의 관련 업무를 17명이 처리하고 있는데 최근 법 관련 문의전화가 폭주해 제때 대응을 못하고 있다. 사실상 업무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질의 관련 업무의 순조로운 처리를 위해 질의응답 형식의 답변을 추가로 만들어 업데이트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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