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문재인 대세론’ 판 깨면서 존재감 부각 목적
차기 대권을 꿈꾸는 여야 잠룡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충청대망론을 등에 업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우위를 보이는 상황에서 대권 주자들은 여야 구분 없이 정책과 이념을 토대로 서로 각을 세우거나 추켜세우면서 대선판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여야 대권 주자에 대한 견제는 지지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총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집중된다.
반 총장과 문 대표는 각종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각각 1위와 2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3위에 안착한 가운데 나머지 주자들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여야 가릴 것 없이 반 총장과 문 전 대표에 대한 때리기는 ‘반기문 대망론’과 ‘문재인 대세론’을 중심으로 형성된 대선 지형을 바꾸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대선 주자간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대권 주자들의 견제구는 문 전 대표를 향하고 있다. 타겟은 문 전 대표가 지난 6일 대선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출범하면서 제시한 ‘국민성장론’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문 전 대표의 국민성장론을 “기존 소득 주도 성장을 못한 분배론”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반대로 안 전 대표의 ‘창업국가론’에 대해선 “공정성장에서 벗어나 창업국가를 말하기 시작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호평했다.
이에 안 대표는 “성장론, 성장 방법에 대해 예전에 만나서 여러 가지 얘기를 하면서 많은 접점을 갖고 있다”며 반색했다.
여야 대선 주자간 성장론을 고리로 접점을 찾은 모양새다. 이같은 경우는 또 있다.
여권 대선 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의 ‘수도 이전’과 ‘모병제 전환’ 주장에 야권 주자들은 대체로 호평했지만 여권 잠룡들은 혹평했다. 같은 여권 주자임에도 김무성 전 대표와 유 의원은 증세 방안을 놓고 견제구를 날렸다.
대권 주자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반 총장을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여권 주자들은 반 총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본격적인 견제에 나서지 않는 반면 야권 주자들은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야권 충청 잠룡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반 총장에 대해 “아무래도 네거티브한 국제적인 평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분이 어떤 구체적인 나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반 총장을 “화려하지만 먹을 수 없는 꽃사과”라고 비유하며, ‘반기문 대망론’에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종인 전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는 “일각에서 말장난 같은 성장변형론들이 나오고 있다”며 대권 주자들의 성장론을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지도 1위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출마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 속에서 여야 대권 주자들의 견제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당이 아닌 정책과 이념으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여론의 관심을 끌면서 대선판을 흔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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