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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충식 논설실장 |
하지만 그런 의미 부여와 상관없이 편의점 컵라면이 된 교동짬뽕은 볼수록 기특하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9월 29일~10월 31일) 행사 기간 중 안동구시장에서는 안동찜닭을 간판상품으로 내걸고 있다. 그곳까지 가기 힘들면 이마트에서 자체브랜드(PB, Private Brand) 제품으로 팔리는 간편식 안동찜닭으로 대신할 수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에는 최근 대선칼국수가 입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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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마트, 편의점으로 들어온 지역 맛집'이 화제가 되고 있다.(브릿지경제 10월 11일 1면)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간편식이다. 일상이 복잡할수록 일용할 양식은 단출해진다. 삶이 전쟁이어서 그럴까. 실제로 간편한 음식문화의 한 축은 전쟁과 연관이 있다. 예를 들면 몽골기병의 육포는 말안장 밑에 말고기나 양고기를 넣어 납작하게 된 전투식량이었다. 일설에 따르면 이 타르은르스테이크가 독일 함부르크를 거쳐 미국에 건너가 햄버거가 된다. 식품 포장용 캔은 나폴레옹이 전쟁 중에 현상 공모로 개발한 것이다. 밀가루 사람머리를 빚어 노한 강물의 신을 달랬다는 제갈량의 만두도 있다. 돼지국밥과 밀면에는 6·25 한국전쟁의 아픔이 오롯이 담겨 있다.
순대도 연원을 찾아가면 몽골군대와 만난다. 용어부터 만주어 생지(순=피) 두하(대=창자)가 변형돼 순대가 됐다. 언어에 완전한 순혈주의는 없다. 얼마 전까지 비교양어로 치부됐던 짜장면이나 짬뽕을 자장면이나 초마면(炒碼麵)으로 바꾸면 음식 맛이 싹 달아난다. 짬뽕은 국적부터 '짬뽕'인데다 그 한 그릇에 일본 군국주의와 동아시아 근대사가 얼기설기 혼재한다. 초마면에 고춧가루를 팍팍 쳐야 짬뽕이다. 케밥(터키), 스파게티(이탈리아), ?얌꿍(태국)은 놔두면서 만만한 우동에 시비 걸지 말라는 얘기는 필자가 이번 '말과글'(2016년 가을호) 특집에서 우회적으로 쓴 바 있다. 일본 우동과 대전역 가락국수는 같은 듯 다른 음식이다.
대전에 명물 먹거리 튀김소보로로 이름난 성심당이 있다면 전주에는 풍년제과가 있다. 이 집에서 만든 수제 전주 초코파이를 편의점 CU가 재현해 'GET 초코파이'로 옷을 입혔다. 속초 홍게, 청양 고추 라면, 통영 굴 매생이 라면 등 팔도 명물의 비법을 전수받은 식품들도 어렵잖게 만난다. 전쟁 같은 일상 때문에, 아니면 1인가구와 혼술·혼밥족 등의 증가로 간편식 시장이 영토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충청권 맛집 중에도 백화점 등 입점이나 간편식화에 좋은 식당이 없지 않다. SBS '백종원의 3대천왕'에 소개되면서 올 상반기 114 문의 베스트 음식 30가지에 오른 대전 한영식당과 부여 시골통닭집을 비롯해 손꼽힐 만한 숨은 맛집과 메뉴가 제법 많다. 유통업체와 손잡는 지역 특산음식의 전국화는 다양한 메뉴와 높은 가성비, 국민 입맛의 공통분모를 찾아야 승산이 있다. 전국화, 현지화 전략이 적중하면 시간에 쫓겨 따뜻한 밥 짓기가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 더욱 반길 것이다. 올해 2조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는 국내 간편식 시장에 눈을 돌려볼 때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에서 기세를 떨치는 지역판 '리얼푸드'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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