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개헌 정국 중심인물로 부상..정치권 이목 쏠려
충청 출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공주·부여·청양)가 개헌 정국 중심으로 급부상, 향후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7일과 10일 “제왕적 대통령제는 한계가 왔다”며 개헌 카드를 연속으로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속도조절에도 불구하고 개헌과 관련해 연일 강경한 입장을 피력하는 이유는 내년 대선과 맞닿아 있다.
충청대망론의 중심에 있으며 친박계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염두해 둔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반 총장을 제외하면‘다른 카드’가 마뜩치 않은 상황에서 자칫 야당 주도 판세를 견제하고‘대선 새판 짜기’를 위해 개헌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현안간담회를 열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분권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7일 개헌 필요성을 제기한 지 사흘 만에 개헌론에 불을 지핀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일을 하려 해도 국회가 발목을 잡으면 국가적 어젠다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이런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언제까지 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독일식 내각제’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정 원내대표는 그동안 개헌 논의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 상실을 우려해 “개헌의 동력이 없다”, “개헌 논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것”이라는 등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었다.
그런 정 원내대표가 개헌론을 들고 나오자 그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는 한편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의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정 원내대표의 개헌 카드가 반 총장을 염두해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 총장이 여권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지만 출마 여부가 확실치 않고, 여당에서 큰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대권주자가 마땅히 없는 만큼 판을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가 독일식 내각제를 개헌 방향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반 총장을 염두에 두고 국방, 외교를 맡는 외치와 내정을 담당하는 내치로 나눈 분권형 개헌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는 그동안 의원내각제가 가미된 이원집정부제 형식의 개헌을 원했다. 그런 만큼 반 총장과 친박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 정치 구조를 실행에 옮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같은 구조는 반 총장은 강점인 외교·안보 이미지를 가져가면서 친박은 여당 경험을 토대로 한 정치력을 강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각에선 ‘대선 새판을 짜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있다.
야권의 ‘대선 후보 단일화론’에 맞서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대선판도가 야당이 우위를 점치는 상황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담겨있다는 얘기다.
정 원내대표의 연이은 개헌론 주장은 정치권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여권의 개헌론 주장에 대해 “집권을 위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정략적 정치 플레이에 야당이 놀아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내년 상반기 재보궐 선거일인 4월 12일을 개헌 투표일로 정하자”며 개헌론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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