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당내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개헌론 논의’와 관련해 청와대는“그동안의 기조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며 사실상 ‘개헌 반대’ 입장을 시사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김재원 정무수석이 일부 언론에 “지금은 개헌 얘기를 할 때가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분명한 방침”이라고 밝힌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13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지금 우리 상황이 블랙홀 같이 모든 것을 빨아들여도 상관없는 그런 정도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냐”며 개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바 있으며, 4월26일 편집ㆍ보도국장 오찬에서도“지금 이 상태에서 개헌을 하게 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느냐”며 개헌논의의 반대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10일에도 새누리당을 비롯해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개헌론에 대해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금은 개헌을 제기할 때가 아니라는게 확고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정치권 개헌 논의에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은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안보 상황이 어느때보다 엄중한 가운데 대내외 여건 악화로 경제마저 어려운 상황에서 인화성이 큰 개헌 이슈를 꺼내들 경우 국정운영이 개헌론에 모조리 함몰될 수 있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정치권의 개헌 논의는 차기 대선 문제와 맞물릴 수밖에 없는 문제로, 이같은 ‘개헌 블랙홀’은 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레임덕을 재촉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가진 현안 간담회에서 개헌과 관련 “개헌특위만의 논의가 아니라 범 국민적인 개헌 논의의 틀이 마련돼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국민적으로 기본권 확충ㆍ보완도 필요하다. 각계각층 국민의 민의를 수렴하고 개헌과 관련된 작업이 동시에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헌을 제기한 배경에 대해 “87년 헌법 체계는 한계점이 왔다. 최근 국회 파동을 겪으면서 더욱 이런 자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지금의 대통령 중심제에 여러 정치학자들과 언론인들도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제 역사는 불행한 역사였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거론한 후 “단 한명도 예외없이 불행한 퇴임을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 원내대표는 7일에도 “현 대통령 중심제는 한계가 왔다”며 정기국회 이후 공론화하겠다는 취지로 발언을 했다.
중진의원인 정병국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여권발 개헌론’ 대열에 합류했다. 정 의원은 “대통령 임기가 3~4년 도래하면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권력누수ㆍ레임덕 현상이 있어 왔다”며 “대통령중심제의 한계이고, 그래서 개헌을 해야한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도 지난달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헌은 나라 전체의 미래가 걸린 문제로 특정 정권이나 특정 정당, 특정 정치인이 주도해 추진하는 정치헌법, 거래헌법, 한시헌법은 안 된다”며 “이제는 국민이 주도하고 국민의 의견이 반영된 반영구적 국민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바있다.
이처럼 여권내의 개헌논의는 물밑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후반기 국정 장악력 약화를 막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외교를 전담으로 맡긴다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골고 야권과의 연대를 모색중이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도 개헌을 중심으로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세력을 규합하는 중이다. 서울=김재수 송익준 기자 kjs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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