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영 대전베스트정형외과 원장 |
질병정보를 알려주는 교양 프로그램부터 병원을 배경으로한 한 드라마까지 병원과 의사들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오락 프로그램까지 건강을 주제로 의료계통의 전문가들이 출연해 저마다 자기의 경험과 치료 등에 관해서 얘기하는 것을 보면 의료정보의 홍수 시대와 같은 느낌이 든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분들의 말씀 중 일부 내용은 오히려 환자분들이 더 햇갈릴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자주든다. 모든 의학정보가 정답은 없지만 이런 병은 이렇게 치료한다는 말을 너무 쉽게하지는 않나하는 걱정도 든다. 얼마 전 다른 지역의 의사가 '척추관 협착증'이라는 병은 없다고 하며 절대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언론 매체를 통해 전국에 퍼졌다. 정말 만나보고 싶은 의사다. 과연 이분이 직접 환자를 수술한 경험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많은 환자들을 보았고 또한 내가 시행한 수술로 좋아지시고 편하게 지내시는 많은 분들은 불필요한 수술을 하신 것인가?
방금 전에도 나에게 6년 전 수술을 받으신 분이 찾아와 고마움을 얘기하고 가셨다. 허리는 조금 아프지만 일상 생활은 거뜬히 하신단다. 척추관협착증은 일종의 퇴행성 질환으로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우리 병원에 100명의 환자가 오신다고 가정할 때 수술하는 환자는 5명 내외이니 수술이 모두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인체의 구조를 볼 때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를 살펴보아도 척추관 협착증이라는 질환은 분명히 있다. 척추관 협착증이라는 실체가 없다고 거리낌없이 말하는 분은 현재 과학과 통계의 시대에서는 자기의 몇몇 경험이 아니라 구체적 근거와 의학적 통계를 제시해야하고 또한 자기 말에 책임을 분명히 져야한다.
이렇게 잘못된 정보를 갖고 내원하는 환자들은 진료 초기부터 의사, 환자와의 신뢰쌓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환자의 증상과 치료 방향을 설명하는 시간보다도 잘못된 정보에 대한 설명과 이해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척추관 협착증에 대해 설명해 본다.
“허리가 아파 못걷고 다리가 저려 잠을 못잔다. 이것 저곳에서 할만큼 다 치료해 봤다. 주위에서는 절대 수술하지 말라고한다.” 아주 흔한 환자분들의 호소 내용이다. 약도 먹고, 시술도 해보았지만 50m 정도 걸으시면 주저앉는다는 환자분들게 어떠한 치료가 최상일까? 물론 이러한 경우도 대부분 수술을 시행하지는 않는다. 환자의 검진, 영상 검사, 지금까지의 치료경과와 환자의 직업 등 외부 환경을 고려해 수술이 최선이라는 확신을 갖을 때 수술을 권유하는 것이다.
또한 척추 수술이 정말로 위험한 것인가?
글쓴이가 수년 전 척추 수술과 엉덩이나 무릎의 인공관절 수술과의 위험성을 비교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결론은 척추 수술이 더 위험하지도 않고 수술 후의 합병증 발생에서도 인공 관절 수술보다 높지 않다는 것이다. 건강하던 사람이 나이가 들면 이곳 저곳 통증이 발생하듯, 수술을 한 환자도 수년이 지나면 또 다른 부위의 이상으로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 이유는 척추 수술은 척추 전체를 젊게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허리 4번에 협착증이 있다면 수술 이외의 방법을 해보아도 호전이 없는 경우 허리 4번만을 수술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는 수술에 대한 공포감을 떨쳐버리고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면 허리도 아프고 관절도 더 아파질 것이다. 좋은 보건의료 환경은 의사와 환자와의 노력 뿐만 아니라 보다 정확한 건강정보를 책임있게 제공하는 언론과 방송계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하고 커져가는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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