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자치단체장들의 행보도 달라지고 있다.
당장, 밤늦게까지 이뤄졌던 만찬 간담회가 대부분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있는 모양새다.
일과 후 만찬을 통해 지역 안팎의 각 단체들과의 소통으로 현안에 대한 아이디어 수렴과 시·도정 운영에 대한 협조 요청은 관행이었다.
표로 먹고사는 선출직이라는 신분이란 것도 주민들과의 접촉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그만큼 단체장들로서는 하루 일과 가운데 만찬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잖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난달 28일부터 실시된 청탁금지법이 단체장들의 행동을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각 단체장들의 수행비서를 비롯한 비서진들이 가지고 다니던 일정 계획표에서 식사를 겸한 저녁 일정은 취소하거나 인사로 갈음하는 것으로 했다. 괜한 구설수에 올라 부정적인 이미지를 사는 등 오해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다만, 간담회를 무작정 피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라는게 문제다.
때문에 식사비나 음료값을 각자내기로 하거나 낮 시간대에 만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청탁금지법 시행이후 공보관실에서 주관하는 만찬 일정을 단 한 건도 하지 잡지 않고 있다. 식사가 겸해지는 대외행사에 가서도 가급적 인사만 한다는 게 시 관계자의 귀띔이다.
시 관계자는 “자칫 잘못된 오해를 살까하는 조심스러움에서 만찬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만찬 취소가 어렵거나 참석이 불가피한 경우, 감사위원회를 통해 청탁금지법 저촉 여부를 판단 후 일정을 잡고 있다.
명확하게 저촉 여부가 구분되지 않을 때는 참석자들의 양해를 구하며 각자 내기를 원칙으로 하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만찬 일정 대신에 일과 중 시민사회 단체 간담회를 열어 도정 운영에 대한 견해를 수렴하고 있다.
대전지역 기초단체장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만찬 일정을 사실상 기피하는 것만 아니라 마을축제나 각종 행사에 경품 등 구 지원품이 위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감사실에 확인 여부를 지시했다.
지역의 한 구청 관계자는 “지역에 새로운 기관장들이 왔을 때 만찬을 겸한 상견례를 가지기가 몹시 어려워졌다”라면서 “국민권익위원회에 여러자기 사안에 대해 문의를 하고 있지만, 모호한 답변에 대해서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대외행사를 가급적 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