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대덕특구 정체성 '허울뿐인 과학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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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대덕특구 정체성 '허울뿐인 과학도시'

  • 승인 2016-10-06 17:21
  • 신문게재 2016-10-06 1면
  • 강우성 기자강우성 기자
LG생명과학 기술원 이전, 마땅한 대안 없어

출연연 지원도 단절, 시 적극적 역할 필요


과학기술의 집적지인 대덕연구개발특구(이하 특구)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과학도시라는 대전시의 이미지도 허울과 다르지 않다는 비아냥마저 들린다.

특구의 근간인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분원 설치로 인해 속빈 강정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특구로 본래 역할이 위축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특구내 대기업 연구소의 상징적인 존재인 LG생명과학의 대전기술원이 내년 하반기에 서울 마곡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다른 기업들이 연구소 이전을 검토하게 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시가 취하고 있는 대처 수준은 사실상 손놓고 구경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는 LG생명과학의 기술원이 서울로 이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이유를 파악키 위해 관계자 면담 등을 가졌다. 면담 결과, 그룹 차원에서 융합과학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고 대전에 문제가 있어서 떠나는 것은 아니라는 LG생명과학 측의 답변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민간 기업이 사내 정책에 따른 이전이기에 정책을 다시금 재고하게 할만 한 여지가 없다는 게 시 관계자의 전언이다.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다. 반면, 지역 과학계와 경제계에서는 이번 LG생명과학 기술원의 이전은 가벼히 여길 사안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다른 기업들에서도 특구내 연구소의 서울 등 수도권 이전 검토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키 어려운 탓에서다. 시에선 다른 기업 연구소의 동향 파악에 나섰지만, 이대로 가다간 특구가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시와 출연연 간 관계를 둘러싸고 주소지 관할 행정기관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출연연에 대한 시의 지원이 오래전에 중단됐기 때문이다.

물론 출연연과 특구내 민간기업 연구소들이 시와 대덕특구진흥재단 등과 친밀한 관계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대구와 부산 등 난립하는 특구와 64개에 이르는 분원 설치로 더는 ‘대전=출연연’이라는 구도가 성립되지 않는 부분에 견줘 시가 대덕특구의 발전과 육성 등의 지원에 적극 나서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기현 대전시의회 의원(유성3)은 “도시 미래비전 설정에 과학도시가 유망한 점이 있어 타 시·도에서 대전을 벤치마킹하고, 정치권을 동원해 분원 설치 노력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대전은 연구기능 유치가 오래 전에 됐기에 추가와 보완하려는 노력은 미흡했던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또 “대덕특구를 활용하겠다는 생각과 달리 시에서 그런 노력을 전혀하지 못했는데 미래에도 과학기술을 (표방)할 것이라면 그런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으는 역할을 해야하고 출연연의 기술을 산업화하기 위한 지원 방안도 강구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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