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타이어가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설립한 한국동그라미파트너스 베이커리센터에서 직원들이 빵을 포장하고 있다. |
한국타이어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서 제빵 꿈 키우기도
“키 크다고 빵 잘 만드는 건 아니잖아요?”
작은 키에 손도 작아 보여 ‘힘들지 않으시냐’ 물었더니 돌아온 말이다.
“그거야…그렇죠”라며 말을 얼버무리는 사이 빵 반죽을 치대던 그녀가 발판에서 내려온다. “키가 작아서 힘든 건 작업할 때 이 발판을 써야 한다는 것 정도예요.”
지상으로부터 136㎝. 기자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반죽할 게 좀 많아서요”라며 그녀가 작은 새처럼 사뿐히 발판에 날아올랐다.
올해로 마흔다섯 김경희 씨는 저신장(왜소증) 장애를 안고 태어나 키가 136㎝에서 멈췄다.
선천성 장애와 비장애인의 편견으로 한동안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지만 20년 전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세 아이를 뒀다.
다만, 건강한 몸과 성실함에도 어느 일터에서나 고용은 불안했고 노동의 대가는 턱없이 모자랐다.
실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2015년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의 취업자 비율은 34.8%로 전체 근로자 취업률인 61.9%의 절반 정도다.
뇌병변이나 지적·자폐성 장애 등을 가진 중증장애인 취업률이 18.4%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은 기대난망이다.
한국타이어가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설립한 ‘한국동그라미파트너스(대표이사 최창희)의 장애인 채용은 그래서 경희씨에게 기다리던 단비 같은 것이었다.
경희 씨는 한국동그라미파트너스 베이커리센터가 장애인을 고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직업능력개발원에서 제공하는 6개월간의 실습 등 교육과정을 거쳐 올해 4월 취업에 성공했다.
그녀와 장애인, 비장애인 동료가 어울려 만들어내는 빵은 하루 2300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직원들의 간식이다. 작업강도가 만만치 않지만, 일자리는 안정적이고 급여는 예전 직장보다 훨씬 높아졌다.
한국동그라미파트너스의 직원은 81명으로 절반가량인 43명이 장애인이고 이중 중증장애인은 33명에 이른다. 이들의 불편함은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능숙한 손놀림으로 빵을 만들거나 세탁을 하고 있다.
경희 씨는 “일과를 마치고 집에 가면 때로 남편이 저녁상을 차려주고 아이들은 일하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다”며 “앞으로 한국동그라미파트너스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제빵기능사 자격증 취득에도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경희씨를 만나고 돌아서는 길, 그녀가 즈려밟고 선 저 발판 속에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키 20㎝가 사실은 몰래 숨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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