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의 키나발루국립공원. 보르네오섬의 열대우림을 경험할 수 있다. |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 국외연수를 기회 삼아 지난 9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인천국제공항의 하늘을 힘껏 날아오른 후 5시간 만에 내려앉은 곳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이었다. 비행 5시간 동안 기내에서는 종이컵에 담긴 물이 서비스로 제공됐고, 다른 모든 음료와 담요까지도 추가 요금을 내고 구입하는 방식이었다.
오후 11시 30분께 도착해 공항을 나서자 열대 특유의 습기가 훅 하고 느껴졌다. 밤에 도착한 탓에 도시의 첫 모습은 가로등 아래 코코넛나무만 볼 수 있었지만, 적도가 있는 동남아시아에 왔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숙소에서 밤을 보내고 이른 아침에 침대에서 몸을 빼내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왔다.
낯선 도시에 골목을 달리며 사람들 살아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게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됐다. 바다에 발을 담그는 일보다 골목을 달리며 바라볼 코타키나발루의 아침 풍경이 더 궁금했고 기대했다.
현지는 한국의 초가을처럼 선선했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뛰기 시작해 두 번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도로에서 차량 통행방향이 한국과 반대여서 달리는 내내 차량 흐름을 이해하고 예상하는 게 조심스러웠다.
▲ 필리피노마켓에 비춘 석양. 필리핀 이주민에 의해 바닷가 옆에 시장이 만들어졌다. |
왕복 6차선쯤 되는 대로가 만나는 교차로에도 횡단보도가 없어 현지인이 무단횡단하듯 길을 건너는 것을 지켜본 후에 따라하는 방식으로 적응했다.
강 위에 집을 지은 수상가옥부터 얕은 바닷가에서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는 어부까지 이방인에게는 신기하게 여겨졌다.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학생들이나 출근 차량으로 정체 빚는 도로 등의 모습은 한국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는데 조급해하지는 않는 듯 보였다.
▲ 노천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커피와 우유를 섞은 부드러운 맛이다. |
숙소 앞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고 10분가량 이동해 투구 압루라만 국립해양공원 마무틱섬에서 스노클링과 낙하산을 타고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는 파라세일링을 경험했다.
물안경을 쓰고 물속 풍경을 감상하는 스노클링은 코타키나발루를 찾은 여행객들이 푸른 바다와 백사장을 즐기는 여행 코스인데 산호초는 안타깝게도 상당수 짓밟힌 듯 부서져 있었다.
실망을 안긴 산호와 열대어를 뒤로 하고 찾아간 키나발루 국립공원은 기대 이상의 편안함을 주었다.
▲ 세계3대 이슬람 사원으로 알려진 리카스모스크 사원. 희잡을 입고 몸을 정결히한 후에 입장할 수 있다. |
아시아의 아마존이라고 불리는 보르네오섬 중에서 키나발루 국립공원은 2000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말레이시아 최초의 세계문화유산이자 열대식물, 무화과나무 철쭉나무 등 온대지역 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포링 자연온천에 족욕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됐지만, 덩굴 식물인 듯 낚싯바늘처럼 가시를 가진 식물이 일행을 덮치기도 했다.
▲ 필리피노마켓. 코타키나발루 여행 중 가장 역동적인 공간이었다. |
현지에서 유일하게 눈에 띈 종이컵은 미국 커피브랜드의 제품이었다.
미국 워싱턴에서 식당 안에서 식사하는데도 밥그릇부터 포크, 물잔까지 일회용품에 담아주고 식사 후 모조리 쓰레기통에 버리던 문화와는 확실히 달랐다.
전통시장인 필리피노마켓은 현지에서도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곳이었다.
▲ 코타키나발루의 석양. 적도의 붉은 노을을 볼 수 있는 세계적 명소다. |
여행하는 내내 이슬람문화에 대해 생소하면서도 호기심이 더욱 발동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술을 멀리하며 빌려준 돈에 이자를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문화에 매력을 느꼈다.
숙소 객실에도 메카의 방향을 알려주는 표시가 벽면에 붙어 있으며, 머리에 히잡을 쓴 모습들은 다른 문명국가에 와 있음을 느끼게 했다.
특히, 현지에서 술에 취한 사람을 보기 어려웠다는 점은 술문화에 익숙한 기자에게 깨닮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코타키나발루에서의 마지막 날은 바다 넘어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사원과 몇몇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박태구·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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