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 지난달 국회서 발의…“유럽 일부 국가, 법 적용”
#1. 지난 8월 대전에서 승객을 태우고 운전하던 택시 기사가 심장마비 증세를 보여 앞차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때 두 명의 승객은 기사를 내버려두고 짐을 챙겨 예정돼 있던 곳으로 향했다. 공항버스 출발 시간이 임박했다는 이유였다. 이로 인해 택시 기사는 주변을 지나던 목격자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2. 지난달 30일 밤, 서울에서는 60대 택시 기사가 운전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는데, 승객이 신고도 하지 않고 사라졌다. 중앙선 건너편에 있다 택시와 부딪힌 차량 운전자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기사는 숨진 뒤였다.
최근 범죄를 외면하면 처벌하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국회에서 발의된 가운데, 지역 법조계에서도 이같은 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4일 경찰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은 택시 기사를 방치하고 자리를 떠난 택시 승객들에게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들은 법적으로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은 받았을지언정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우리나라 형법은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조하지 않은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률 조항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현재 도로교통법상 운전자나 승무원에게는 구조 책임이 있지만, 반대로 운전자나 승무원이 생명의 위험에 처했을 때 승객에는 구조 책임이 없다. 응급의료법에서 ‘누구든지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위반 시 어떻게 처벌할지는 명시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이런 의무를 위반해도 처벌은 받지 않는다.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만들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위험에 빠진 사람을 보고 구조 의무를 다하지 않은 무관심을 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번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지난달 국회에서 발의됨에 따라 이달 말 국회에서 구조 불이행 시 법적 제재를 가하는 이 법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지역 법조계 한 관계자는 “위험에 빠진 택시기사를 두고 그냥 떠나는 일이 프랑스에서 벌어졌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위험에 빠진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친 것이 입증되면 처벌하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두고 있다”면서 “이런 가운데 프랑스가 ‘5년 이하 징역’으로 법정형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의 경우도 일부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법 시행의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강도를 만나 길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구해준 성경 속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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