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연구실 공동자금 근절 캠페인(자료제공=KAIST 총학생회) |
KAIST 대학원 총학생회, 연구실 공동자금 근절 캠페인 진행 중
“내 통장으로 들어온 돈은 내 돈이다.”
3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실 문마다 붙여 있는 문구다.
‘내 통장으로 들어온 돈은 내 돈이다’라는 말은 일반인들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일지라도, 국내 이공계 석박사 과정 중인 학생들에게는 지키기 어려운 말이다.
서울대 자연과학대 박사과정 2년차 한 학생은 “석사과정 때부터 국가 연구프로젝트의 참여자로 인건비가 내 통장으로 매월 지급됐지만, 실제 연구비 통장을 관리하는 것은 교수님 또는 ‘방장(연구실 장)’선배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재작년부터 내 통장은 내가 관리해 왔지만, 타 연구실 몇몇은 아직도 이 방식이 관행이라 생각해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석ㆍ박사생들의 실상을 털어놨다.
이는 ‘연구실 공동자금’, 즉, ‘랩(Lab) 비’라 불리는 것으로 연구실 내 구성원들의 인건비를 각자가 관리하는 것이 아닌 교수 또는 한 구성원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연구실에서는 급여ㆍ수탁연구비ㆍ연구수당을 과다 지급한 후 회수해 연구책임자(교수)나 연구실 차원의 계좌에 입금하는 경우, 연구생들의 돈을 주기적으로 갹출해 연구실 회의비나 복리후생을 목적 경우가 있다.
이 모든 사례가 연구실 공동자금이다.
연구실 공동자금은 불법으로 지정된 항목이자 연구윤리 위반이다.
또 랩 비는 출처가 불분명하고 불투명하게 운영돼 교수나 연구실 구성원이 마음대로 유용하거나 횡령할 위험이 있다.
일각에서는 국가 과제는 언제 중단될지 알 수 없어, 연구실 여건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연구실 공동자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학생ㆍ교수ㆍ연구실ㆍ학교ㆍ국가 과학기술계 등 발전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지난 26일부터 이번 달 10월 말까지 KAIST에서는 대학원 총학생회가 주관하고 감사실과 연구지원팀이 함께 ‘연구실 공동자금 근절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대학원 총학생회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KAIST 모든 구성원이 연구실 자금의 부적절 사례와 관련 규정에 대해 알고 근절에 공감하도록 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이후 연구실 공동 자금의 부적절 사례를 익명으로 모아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반영하고 연구실의 실제 랩 비사용에 대해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 신고 사례를 접수하고자 캠페인을 마련했다.
대덕특구 관계자는 “연구비 공동자금 문제는 KAIST 연구실에서의 문제만은 아니며 모든 곳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면서 “미약하나마 지역대학이나, 이공계특성화 대학 등으로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