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돋보기]목숨 건 번지점프…안전이 보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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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돋보기]목숨 건 번지점프…안전이 보장돼야

  • 승인 2016-09-29 14:24
  • 신문게재 2016-09-30 10면
[정문현 교수의 스포츠 돋보기]

▲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대전체육포럼 사무총장
▲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대전체육포럼 사무총장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 바누아투의 펜테코스트섬.

매년 봄, 10살 이상이 되면 성인식의 통과 의례로 소년들의 발목에 번지라는 식물의 줄기를 묶어서 추장이 지시한 높은 나무에서 뛰어내리게 한다. 땅에서 겨우 1m 높이에서 멈춘다. 바누아투족은 이 성인식을 통해 남성의 용기와 담력을 시험하려 했고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힘을 길러주려고 했다.

하지만, 줄이 끊어져 해마다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이 많아서 바누아투 정부는 이를 금지했다.

모험스포츠로 현대화된 번지점프의 유래는 1979년 영국 옥스퍼드대의 모험스포츠클럽 회원 4명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에서 뛰어내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번지점프가 유행하고 있는데 문제는 안전이 취약하다는데 있다.

1990년대에 도입된 번지점프로 그 동안 10여 명이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쳤다. 이번 경기도 가평에서 발생된 사고를 당한 유모씨(29)는 42m 높이(아파트 14층)에서 점프를 했으나 안전고리(카라비너)가 안 걸려 코드선이 풀린 채 그대로 물 속 5m로 추락했다(2층 높이). 추락한 상태에서도 유씨는 혼자 발버둥을 쳐 겨우 물 위로 올라왔고 아무도 구조를 안 해 줘서 자력으로 물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번지점프로 인한 사망사고는 1993년 대전 엑스포장의 번지점프 사망사고, 1996년 충주 건국대와 용인대 축제의 사망사고, 2008년 전남 나주와 강원도 철원의 사망사고, 2014년 경기도 가평 사망사고 등이다.

이외에도 여러 중경상의 사고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안전 고리를 안 걸었거나, 줄이 끊어졌거나, 안전 매트리스 밖으로 떨어진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사고 시 사망에 이르는 위험한 레저스포츠 업종은 허가제로 운영해야 한다.

관리 주체는 시설과 안전장비를 잘 갖추고 있는지, 근무자들이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자격을 갖췄는지, 사고시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는지 등을 철저히 확인한 후 허가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번지점프의 생명선인 코드선 안에 수많은 고무 선들이 들어 있는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점프를 300번 이상 하거나, 250시간 이상 햇볕에 노출됐을 경우 코드선을 폐기 처분한다.

또 미국은 번지점프장 안전요원 기준으로 번지점프장에서 200시간 이상 근무했거나 250회 이상의 번지점프 경험자를 전문요원으로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번지점프장 안전요원 기준이 없다. 게다가 영세 사업자들은 주말에만 수익을 유지할 수 있기에 때때로 영업조건을 무시한 채 예약 손님 받아 영업을 강행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인근 소방서나 병원과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답변은 별 의미가 없다. 일단 사고가 나면 모든 것이 현장에서 몇 분 안에 조치되어야 하는데 119요원이 산 넘고 물 건너 골든타임 안에 도착한다는 것은 막연한 기대일 뿐이다. 준비된 심장 재세동기를 통해 생존할 확률은 10% 미만이다.

적어도 아파트 14층 높이에서 수심 5m 아래로 떨어져 익사의 위험이 있다면, 즉시 구조 가능한 동력선에 운전자와 구조자격을 갖춘 요원 2명 이상이 상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사람이 죽고 사는데 원가를 따져서는 안된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영업을 해선 안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는 아직 레저스포츠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다. 안타깝게도 불안한 환경과 부주의로 인한 안전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된다. 사람이 죽은 다음에는 어떤 변명도 소용이 없다.

레저스포츠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조치가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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