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 사람들로 붐비는 반면 여의도 주변 한식·일식집 한산
국회의원, 보좌진들 “괜히 눈치보인다”며 내심 걱정
“괜히 눈치 보이고 씁쓸하네요.”
한 충청권 의원 보좌관이 한숨을 내쉬었다. 28일 0시부터 본격 시행된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이야기하면서다.
그는 “청탁금지법 때문에 관련 부처 공무원은 물론 지방에서 올라온 민원인들과 가볍게 점심 먹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며 “앞으로 청탁금지법에 적응해야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청탁금지법 시행 첫날인 28일, 대한민국 정치 1번지 국회와 여의도에도 그 여파가 미쳤다.
의원과 보좌진들은 청탁금지법 시행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도 내심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평소 붐볐던 여의도 근처 식당가는 한산한 반면 국회 구내식당은 점심을 해결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날 의원회관에서 만난 보좌관들은 하나같이 “김영란법이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밥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고, 사람도 자유롭게 만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은 자칫하다 ‘시범 케이스’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에 애매한 경우는 무조건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다. 한 비서관은 “앞으로 한두 달은 약속을 잡지 않고 조심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바뀐 공무원들의 태도에 씁쓸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한 보좌관은 “기관 공무원들이 청탁금지법 시행을 가장 반겨하는 것 같다”며 “그들에게 ‘갑질’을 해서는 안되고, 그렇게 한 적도 없지만 공무원들의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는 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청탁금지법 시행의 여파는 여의도 식당가에서도 감지됐다.
이날 낮 12시 여의도 식당가. 거리 곳곳은 점심을 먹으려는 직장인들로 붐볐다. 하지만 음식점은 평소보다 한적한 모습이었다.
여의도 주변 고급 일식·한식점은 상한액에 맞춘 음식세트를 소개한 전단지를 돌리며 호객했지만 사람들은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직장인들은 백반집과 국밥집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음식점을 찾았다.
직장인 A(34)씨는 “거래처와 미팅 후 백반집에서 점심을 함께했다”며 “예전 같았으면 한정식집을 예약했을텐데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값싼 음식점을 예약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 국회 구내식당은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어느 때보다 길었다. 구내식당 이용객은 청탁금지법 시행 일주일 전부터 급증하고 있다.
밖에서 점심을 해결하던 의원실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구내식당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한 충청권 야당 의원 보좌관은 “청탁금지법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겠다”면서도 “법이 바뀌면 사람들 의식도 따라오는 듯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28일 한국 정치의 중심 서울 여의도 한 식당이 평소와 다르게 손님이 부쩍 줄어 썰렁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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