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백, 경찰청장 인연 충남도, 충남경찰도 환영
행정수도 건설 이슈 세종시 ‘천군만마’ 기대
“그럴 분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지난해 7월 기소된 이완구 전 총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자 이 전 총리의 고향마을 주민들은 크게 반겼다.
주민들은 이 전 총리의 청렴성을 강조하면서 법원의 판단이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귀결됐다는 반응이다.
이 전 총리의 고향은 충남 청양군 비봉면 양사리로 인근 수정초에 입학했으며 수년 뒤 홍성으로 전학 가기까지 이 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이태재 양사2리 이장은 이 전 총리의 홍성경찰서장 부임 당시 선친과 나눴던 일화를 들려줬다.
이 이장은 “이 전 총리가 30대 초반 약관에 홍성서장으로 부임했을 때 선친이 월급을 집에 가져오지 말고 주민들을 위해 모두 사용하라고 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한 나라의 총리에 오른 분인데 절대로 그럴 분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고 굳은 신임을 보냈다.
이 이장은 이어 “2심 판결을 접하고 고향주민들이 충청권의 큰 인물이 억울함을 벗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조만간 마을회의를 열어 환영 플래카드를 게시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고향마을뿐만 아니라 충남도와 충남경찰청, 세종시 등 지역 관가(官家) 역시 이 전 총리의 2심 판결을 반겼다.
이 전 총리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충남도지사 후보로 나와 당선됐다. 2009년 12월 사퇴하기까지 3년여 동안 충남의 도백(道伯)을 지냈다. 도지사 재임기간 동안 이 총리는 ‘강한 충남’을 내세우며 도정을 펼쳤다.
특히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조기 극복 토대를 닦았고 공격적인 외자 유치 등의 업적을 내기도 했다.
충남도청 한 공무원은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는 만큼 조심스럽지만, 충남과 중앙무대를 잘 아는 이 전 총리가 정치적으로 재개한다면 충남도의 각종 현안사업 추진에 많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충남경찰청도 희색이다. 이 전 총리는 1974년 행정고시(15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뒤 경제부처 등에 몸담아 오다 1980년대 들어 경찰제복으로 갈아입었다.
홍성서장과 충북청장 등을 역임했으며 1994년 6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9개월 동안 충남청장을 지냈다.
충남경찰은 이 전 총리가 정치 재개를 한다면 세종경찰청 신설, 고위직 인사 홀대 극복 등 현안을 푸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종시와 이 지역 주민들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전 총리는 충남지사 시절인 지난 2009년 12월 MB정부가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 도지사직에서 물러났다.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의 원안 사수에 앞정서 왔던 인물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 국회 이전을 주요 골자로 한 행정수도 건설 문제가 이슈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2심 판결로 정치적으로 해금(解禁)된 이 전 총리가 돌아온다면 이를 위해 ‘천군만마’를 얻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심리가 깔려 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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