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준비된 대통령 발언·여성비하 공격 등 시나리오에 포함"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미국 대선후보 간 TV토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판정승을 거두자 철저히 준비된 작전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 CNN에 따르면 클린턴 캠프는 트럼프 대역까지 내세운 토론 리허설을 통해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 첫 TV토론을 준비했다.
클린턴은 전날 치러진 토론을 앞두고 지난주 금요일(23일)부터 일요일(25일)까지 집 근처 호텔에 머물며 하루 두 차례씩 모의 토론 연습을 했다.
가상의 트럼프 역할은 클린턴의 최측근인 필립 레인스가 맡았다.
레인스는 클린턴의 국무장관 시절 선임보좌관, 대변인 등을 거친 오랜 측근으로 클린턴을 향해 트럼프처럼 거칠고 공격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레인스는 트럼프의 정책은 물론 자주하는 몸짓까지 연구하며 리허설에서 트럼프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그는 트럼프의 목소리까지는 흉내 내지 않았지만 트럼프가 연설에서 자주 쓰는 '코브라 손동작'을 리허설 중간중간 선보였다.
클린턴은 실제 트럼프와 토론을 끝내고 나서 "꼭 필립이 얘기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감탄하며 레인스의 역할극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토론에서 트럼프를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든 발언들도 철저한 준비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클린턴 캠프의 토론 준비팀 관계자를 인용해 클린턴의 '준비된 대통령' 발언은 즉흥적인 게 아니라고 전했다.
클린턴은 토론에서 "트럼프가 토론을 준비한 나를 비판하려는 듯하다"며 "준비를 한 것은 맞다. 내가 또 무엇을 준비한 줄 아느냐. 대통령이 되려는 준비도 했다"고 응수했다.
1996년 미스 유니버스인 알리시아 마차도를 활용해 트럼프의 허를 찌른 '여성 비하' 공격 역시 준비된 소재였다.
클린턴은 전날 토론 막바지에 트럼프가 마차도를 '미스 돼지(Piggy)', '미스 가정부(Housekeeper)라고 불렀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트럼프는 클린턴의 공격을 예상하지 못한 듯 "그것을 어디서 알았느냐"라고 반복적으로 묻기만 했다.
클린턴의 최대 약점인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한 짧고 간결한 사과 역시 사전에 약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의 한 측근은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공무를 보며 사설 이메일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해명하는 데 시간을 뺏기는 것을 캠프 내 누구도 좋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클린턴은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한 질문이 날아들자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 것은 실수였다"며 '약속된' 답변을 짧게 내놨다.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한 만큼 클린턴은 내내 여유 있는 표정으로 토론에 임했다. 예상했다는 듯 또박또박, 때로는 재치있는 말까지 섞어가며 트럼프의 공격을 막아내는 모습도 보였다.
CNN은 "클린턴이 유세 일정까지 접고 토론을 준비한다고 공격하며 트럼프가 점수를 쌓으려고 했을 때 클린턴은 토론에서 내놓을 준비된 답변을 갖고 있었던 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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