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권 불신 자초 매년 국감 폐해 되풀이
자료제출 부실, 답변 무성의 피감기관 국감 무력화도
국정감사 무용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해임안 정국에 따른 여야 대립으로 국감의 제 구실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일부 피감기관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도 이같은 주장에 기름을 붓고 있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 초반부터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며 국회와 정치권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27일 국감 이틀째에도 각 상임위는 국감 파행과 공전을 거듭했다.
대전세종충남 에서는 이날 5개 상임위가 세종 정부청사 국감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야당이 위원장을 맡은 농해수위(더민주 김영춘), 교문위(국민 유성엽), 복지위(더민주 양승조), 환노위(더민주 홍영표) 등 4개 상임위는 여당 위원이 불참한 채 ‘반쪽’으로 진행됐다.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이 위원장인 기재위는 개의조차 못하고 공전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여당 의원 출석을 요구하며 핏대를 세웠다.
이같은 파행이 이어지면 대전시(다음달 7일), 대전교육청(다음달 6일) 등 지역 주요기관 국감에서 트램, 학교급식 등 지역현안 해결을 위한 정치권의 도움을 받기가 요원해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국감의 파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5년 국감에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놓고 여야 대립으로 인해 각 상임위가 파행되기도 했다.
2014년에도 증인채택이나 자료제출 문제를 둘러싸고 종일 또는 부분 파행을 겪는 등 매년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대표적인 국회 구태다.
국감은 헌법(제61조)이 보장한 입법부 고유 권한이지만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파행시키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헌법이 부여한 권리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들어서는 피감기관의 태도도 국감 무용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의원의 호통에 벌벌 떠는 예전의 피감기관이 더는 아니다.
자료제출 및 답변 등에 있어 적극적인 방어적 형태가 나타나면서 국감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료제출의 경우 개인정보 등 비공개라는 이유로 제출을 거절하거나 늑장 또는 부실 제출하는 경우도 예전보다 부쩍 늘었다는 것이 정치권 전언이다.
충청권 여권 중진 의원 보좌관은 “피감기관들이 이 핑계 저 핑계로 자료제출에 소홀해진 탓에 과거와 달리 국감에서 한 방을 날리는 사례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하소연했다.
뿐만 아니라 참여 정부 이후 국감장에서 피감 기관장 태도변화도 감지된다.
표면적으론 ‘갑’인 국회의원에 엎드리는 ‘을’로 행동하지만, 알맹이를 빼거나 어물쩍 넘어가려는 무성의하게 답변하는 사례가 많아져 국감기능을 떨어뜨리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국정감사가 부활한 이후 여야 정쟁에 따른 파행 등 거의 매년 국감의 폐해가 되풀이되고 최근 들어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며 “앞으로 이같은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데 정치권이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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