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힘든가요… 당신의 우산이 되어 줄게요

사는 게 힘든가요… 당신의 우산이 되어 줄게요

경제·신체적 자립 어려운 이웃에게 주거환경 개선부터 식비·의료비까지 1~7단계의 체계적 통합사례 관리… 내년 희망티움센터-복지허브화 연계

  • 승인 2016-09-26 15:52
  • 신문게재 2016-09-27 13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대전 시티 인] 동구 희망복지지원단

▲ 통합사례 상담
▲ 통합사례 상담

#사례1 지난 3월 어느날, 희망복지지원단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가녀린 목소리의 한 여성은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했고 마지막으로 “계속 이렇게 살기 싫다”라는 말을 남겼다. 지원단은 상황을 더 자세하게 알기 위해 가정방문했고 낡은 단독주택 2층에서 아이 3명을 홀로 키우고 있는 이현주(48ㆍ여ㆍ가명)씨를 만나게 됐다.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 3명을 낳고 기르던 평범한 주부였던 이씨는 남편의 사업부도로 살림이 어려워졌고 급기야 남편이 구속돼 교정시설로 들어가게 됐다. 한꺼번에 닥친 상황을 이 씨는 감당할 수 없었고 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았다.

이 영향으로 지적장애가 있는 쌍둥이 딸과 막내아들도 어두운 환경에 갇혀 성장하면서 또래아이들보다 말 수 적고 감정조절이 안 되는 아이들로 자랐다.

어느날 이 같은 아이들을 본 이 씨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는 본인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공과금 체납으로 독촉장은 쌓여있고 집은 곰팡이가 가득했으며 정리정돈이 안돼 혼자 치울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결국 이 씨는 예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희망복지지원단에 며칠을 고민하다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희망복지지원단 통합사례관리사가 방문했을 당시 이 씨의 집은 엉망이었다. 망가진 가구가 보였고 아이들의 낙서와 노후로 더러워진 벽지, 찢어져 시멘트바닥이 보이는 장판, 정리 안 되는 짐이 널려 있었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이 씨는 경제적 어려움보다 주거환경개선이 시급해 '동구자원봉사센터'의 도움을 받아 2차례에 걸쳐 거실과 안방에 도배를 새로 했고 장판교체와 가구를 수선했다. 동시에 감정기복이 심했던 막내아들이 학교에 적응을 어려워했고 가족과의 관계도 좋지 않아 아동심리검사 및 상담서비스를 연계했다. 수시로 집을 나가겠다고 엄마에게 으름장을 놓던 행동은 아들 지원(가명)군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지원단은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것이 없을까 생각하던 중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도움을 받아 아동들의 공부방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은 “어두컴컴한 집이 궁궐로 바뀌었다”며 연신 웃음을 보였고 이 씨도 아이들이 웃으니 본인도 웃게 되는 일이 생겼다며 우울했던 모습과는 분명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사례2 보증금 없이 월세 25만원 짜리 여관 쪽방에서 생활하는 1인 가구 박길주(45ㆍ가명)씨. 희망복지지원단이 컴컴한 복도 끝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발 아래로 펼쳐진 것은 차곡차곡 쌓여 있는 빈 사발면 그릇이었다. 방안에는 뜯지 않은 사발면이 10개 가량이 정돈돼 있었다. 박씨의 주식이다. 하지만 경제력이 없다 보니 이마저도 하루에 하나로 떼우고 있다.

지원단이 일을 못하는 사정이 있는지 묻자 박씨는 사정을 털어놨다. 우측 상체 마비증세가 하체 마비까지 진행되는 상황이며 2일 간격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두통이 심한 박씨는 수시로 진통제도 복용하고 있다. 몇 달 전에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는데 깨어보니 먹고 있던 라면을 다 토한 일도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다시 한번 정신을 잃고 너무 아파서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갔다. 정밀 검사를 하자는 의사 말에 병원비가 부담돼 퇴원한 박씨는 병원비 40만원을 계산하며 이후부터 병원진료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2009년부터 의료비를 체납해 의료보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인과 이혼하고 친척들과도 소원했다. 상담을 마치고 돌아가던 지원단은 어떻게든 박 씨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급한대로 후원물품인 빵과 라면을 지원하고 공적자금으로 생계비와 월세비를 지급했다. 동구청 천사의 손길 틈새 생활비 지원을 연계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중앙동에서 실시하는 무료 희망진료센터에 함께 가 진료를 받게 했다. 그곳에서 역시 박 씨의 건강이 염려된다며 종합정밀검진을 권했다.

지난 7월 다시 쓰러진 박 씨가 충남대병원 응급실에 입웠했고CT와 MRI검사 결과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절망한 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박 씨는 지원단에게 전화해 안부를 전했다. 지원단은 만약의 순간을 대비해 동구정신건강자살예방전문가를 연계해 상담을 도왔다. 주변에 있는 이웃을 소개하고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원단은 “긴급 의료비가 300만원까지 지원되고 부족한 건 대전복지재단 희망찾기민들레 위기가정 지원사업을 연계해 보려고 하니 걱정 말고 잘 먹고 좋은 생각하면 좋은 있을 것”이라고 용기를 전했다. 박 씨는 지난달 충남대병원에서 뇌종양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이다.

이같은 사례처럼 경제적,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돕는 이들이 있다. 대전 동구 희망복지지원단이다. 이들은 정서적ㆍ경제적ㆍ신체적으로 자립이 어려운 이들을 찾아 돕는다. 공공ㆍ민간의 급여ㆍ서비스ㆍ자원 등을 맞춤으로 연계하고 있다.

이들은 1~7단계에 나눠 통합사례를 관리하고 있다. 각각의 단계를 꼼꼼하게 거쳐 대상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1단계는 초기상담과 대상자 접수다. 대상자의 직업과 건강상태와 가구원별 문제, 원하는 지원을 파악해 문제해결을 지원할지를 정한다. 상담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지원대상자로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 2단계 욕구조사를 통해서도 대상가구의 욕구별 현상과 원인, 위기정도를 심증적으로 조사한다.

3단계 사례회의에서 사례관리가구 선정 여부를 결정한다. 선정대상으로 정하면 개입 계획을 수립한다. 4단계에선 앞선 사례회의 결과에 따라 서비스 연계가구, 사례관리 가구, 미선정가구로 구분한다. 5단계에선 사례관리 가구에 대한 개입목표를 설정하고 구제척인 서비스 제공 계획을 수립한다. 이어 6단계에서 목표와 서비스 실천 계획에 따라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이후 이행상황과 대상가구의 환경, 욕구변화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끝으로 7단계에선 과정에 대한 점검과 성과에 대해 평가한다. 목표가 달성됐거나 거부 등 다양한 이유로 사례관리 개입이 어려운 경우에는 종결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이들은 내년부터 대전시 복지브랜드 희망티움센터와 각 동의 복지 허브화 사업을 연계한 '맞춤형복지팀'을 운영해 더 심층적이고 효율적인 복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동구 16개 동을 5개 권역으로 편성하고 동별 복지팀장과 통합사례관리사를 배치할 계획이다. 찾아가는 복지대상 발굴과 심층상담으로 현장중심 맞춤형 복지를 실천할 방침이다.

희망복지재단 관계자는 “지역 주민과 복지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 내 복지자원을 적극 활용해 복지 효율성이 제고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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