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뼈 조각을 맞추거나 고정하기가 힘들고 출혈도 심해 여러 합병증을 동반한다. 후유증도 심해 사망률이 10%에 이르는 등 두개골 골절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다.
골반과 비구 골절 수술은 난이도가 높아 경험이 많지 않은 정형외과 의사들은 수술을 꺼리게 된다. 해부학적으로 그 구조와 기능이 매우 정교해 중증환자의 경우 위험한 상황까지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에는 골반골절 환자를 위해 이 어려운 길을 스스로 선택해 걷고 있는 의사가 있다.
바로 정형외과 김원유 교수다.
그는 골반과 비구 골절의 '대가'로 꼽힌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관련 수술만 400차례 가까이 해 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8년 동안 남들이 가려 하지 않는 길을 걷게 한 '뚝심'은 그를 이 분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놨다.
김 교수는 '왜 이렇게 어려운 길을 선택하게 됐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골반과 비구 골절은 어려운 분야다. 잘못되면 합병증이 생겨 신체장애가 될 수 있다.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그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고 제대로 배워보기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외상센터인 캐나다 토론토 대학 부속병원에서 2년 동안 연수하고 돌아와 이 분야에 집중한 관계로 비구 골절 등의 치료에 대해선 국내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편이다.”
그는 골반과 비구 골절 환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골반 골절 환자는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당하면 많은 출혈을 일으켜 생명이 위중할 수 있다.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이다. 그런 환자들의 수술과 치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골반골절 중 위험한 불안정 골절의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골반골절 중 안정골절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고도 시간이 경과하면 자연 치유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불안정골절일 경우는 간과하면 만성통증이 지속되며 심한 경우에는 여러 가지 합병증을 남기기 쉬우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김 교수는 자신이 수술한 환자들을 꼼꼼히 체크하며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의 핸드폰에는 엑셀 파일로 된 환자들의 리스트가 빼곡히 들어있다.
환자 각각의 상태를 모두 꿰고 있을 정도로 자신의 환자에 대한 애착은 대단하다. 환자들에게 몸 상태를 설명할 때는 말로만 하는 경우가 없다. 그의 손에는 모형 골반과 비구가 들여지고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며 환자 상태를 자세히 설명한다.
그는 자신이 수술한 환자 수를 거의 외우고 있다.
“골반 골절 190여 회, 비골절 200여 회, 합쳐서 400여 회 가까이 된다. 그것만 가지고는 안 돼서 고관절 골절과 인골 관절, 이런 수술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환자가 수술 후 잘 걸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못 걸을 때 입원했다가 걸으며 퇴원하는 경우다.
특히 다른 병원에서 보내진 환자에 대해선 더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처음에 다친게 지난 5월인데 한 두 달 고생하다가 나한테 와서 다시 수술을 젊은 환자도 있었다. 골반 골절 환자가 인천에서 오거나 전남 광주에서 문의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서로 이메일 되니까. 컨설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늦게 찾아온 환자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처음부터 내게 수술 기회가 주어졌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쉬울 때가 많다.”
김 교수는 대전성모병원 내 노인골절센터의 역할에 대해서도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노인골절센터를 운영하는데, 하루에 1~2번 수술을 한다. 48시간 내 수술을 해야 하지만, 다른 병원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밀려 있다고 하거나 심장, 혈압, 당뇨 등의 이유로 마취과에서 수술을 기피하는 것이다. 우리병원에서는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소박하다. 다시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웃음을 찾아주는 것이다.
“20년 가까이 수술을 하다보니, 요새는 AS를 많이 한다. 1999년 인공관절 수술한 환자가 있다. 그때 당시 23살이던 환자가 40살이 되어서 다시 찾아왔는데, 인공관절 수술을 해 다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줘서 기쁘게 생각한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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