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량 감소에 재고미 늘어 농민 수익 악화
충남지역 쌀이 풍년의 역설을 맞았다. 폭염으로 인한 풍부한 일조량과 태풍의 피해가 없어 예년보다 풍작을 이뤘으나 쌀 소비량은 매년 줄고 있어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벼를 보고도 농민들은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18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에 따르면 현재 충남 산지 쌀 가격은 평균 2만 8000원대로 3만원대가 붕괴됐다.
1년 전 4만원대보다 40%가량 낮아진 수치다.
이에 따른 농민들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이렇다 할 큰 태풍피해가 없고 풍부한 일조량이 뒷받침돼 풍년을 맞았지만 가격이 매년 하락해 적자를 보고 있어서다.
대량으로 벼농사를 짓는 농가는 그나마 상황이 괜찮지만 규모가 작은 농가는 당장 생계에 두려움을 느낀다. 기계 대여값과 비료 등이 지출되면 손에 쥐는 돈이 턱없이 적어져서다. 충남 천안에서 쌀농사를 짓는 최모(52)씨는 “쌀값이 매년 하락하고 적자가 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벌이가 시원찮다”며 “내년부터는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국내 쌀 소비 감소도 농민들의 생활고를 부추긴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2.9㎏으로 지난 1985년(128.1㎏)보다 절반가량 감소했다. 1인당 하루 소비량을 환산하면 172.4g이다. 이는 쌀 100~120g으로 지은 공깃밥 하나를 하루에 두 그릇도 채 먹지 않는 것과 같다.
줄어든 소비와는 달리 생산량은 전년 수준인 400만t을 웃돌 것으로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량만큼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다보니 전국적으로 재고미는 170만t을 웃돈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가 권장하는 한국 정부의 적정 쌀 재고량 80만t의 2배가 넘는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은 정부의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재고미로 창고가 가득 차 있는데도 수입쌀을 매년 40만t씩 가져오는 건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쌀 전면개방이 시행 된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수입의무가 없어서다.
전농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은 관계자는 “쌀 농사가 무너지게되면 다른 농작물도 도미노처럼 무너지게 된다”며 “풍년을 맞은 만큼 정부에선 수입쌀을 들여오지 않아야 농민들의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내포=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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