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규모 지진에 매뉴얼 실효성 의문…시민 불안 가중
지난 12일 저녁 경북 경주에서 잇따라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대전시민들이 큰 불안에 떤 가운데 지자체의 안이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나 지자체는 국민안전과 직결된 재난 대응 매뉴얼을 마련했지만 제대로 작동됐는지에 대한 시민 불안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이다.
13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7시 44분께 경주에서 진도 5.1 이어 8시 39분에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여파로 대전에는 기상청 추정치 진도 3~4의 영향이 있었다.
지진에 놀란 시민들은 119와 시청120 콜센터 등에 문의 전화해 지진 발생 상황과 대피 요령 등을 물었다.
1978년 기상청의 지진 관측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인데다 상당한 진동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와 자치구에서는 내부적으로 지진 상황을 전파하는 데 그쳤다.
시민들에게 지진 발생 규모나 대피 요령을 알리지는 않았다.
120콜센터에 대응 매뉴얼을 전한 것도 없다.
시는 지난 7월 ‘지진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을 만들었지만 이번 지진에서 시의 역할은 피해 접수와 내부 회의를 하는 수준이었다.
5개 자치구는 국민안전처에서 배포한 ‘행정구역별 추정 진도 분포도’에 따라 진도 2.5~3 수준의 대응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자치구 안전 매뉴얼에 따르면 진도 3.4 이하에는 재난안전대책본부 개설은커녕 아무런 대책도 없다. 지진 발생 당시 각 자치구의 대응은 내부적으로 지진 상황을 알리는 데 그쳤다.
대응도 제각각이다. 서구만 유일하게 일부 구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했지만 지진 발생 이후 두 번째 지진이 발생하고 난 뒤인 오후 8시 53분에야 상황을 알렸다. 이어 9시 37분께 “지진 발생시 가스와 전기를 차단하고, 출입문을 열어 화재발생과 고립을 예방, 붕괴 및 추락 위험물을 피하라”는 등 구체적인 내용의 대응 방법을 전송했다.
대학생 정재훈(25ㆍ유성구 궁동)씨는 “학교에 있다가 지진을 느꼈는데 사람들이 한꺼번에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고 통신망이 마비된 걸 보니 두려움이 컸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피해 상황이나 대피 방법 등을 알려주는 것도 없어서 잠시 동안 혼란스럽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권선택 대전시장은 13일 시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지진 발생에 따른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원자로, 도시철도1호선 등 주요 시설물 안전상태를 점검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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