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대전 오정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한 김영석 해수부장관(왼쪽에서 세번째) 일행이 시장에서 회를 맛보고 있다. 김대식 기자 |
과도한 의전에 따른 교통통제에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
추석 대목 잡아야 할 상인도 불만의 목소리 팽배
추석 명절을 하루 앞두고 가장 바쁜 시기에 장관들이 잇따라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손님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선물구매를 위해 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에게 교통불편을 주는 과도한 의전과 상인이 투입된 사전 행사 준비까지 전시행정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따가운 시선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과 조경규 환경부 장관은 12일 각각 오정동 농수산물도매시장과 유성 송강시장을 방문했다.
추석을 대비한 제수용품 물가동향을 파악하고 시장 관계자와 간담회를 하는 등 서민 행보를 통해 상인들의 목소리를 담으면서 필요 물품도 직접 구매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30분 남짓 이뤄진 짧은 방문 탓에 상인들의 마음과 의견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많다.
김 장관 방문을 준비하기 위해 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사업소는 지난 9일 의전차량 주차장 확보와 다과, 차 등을 상이군경회와 함께 준비했다.
또 이날 오전부터 전 직원과 법인의 협조를 얻어 시장 내 대청소와 수산동 주변 집중정리에 나서는 등 바쁜 시간에 장관 맞이에 부산을 떨었다.
상인 이모(51)씨는 “어차피 물건도 어디서 뭐 살지 정해놓고 오는거라 저런 쇼가 굳이 필요한가 싶다”며 “차라리 상인 한 명 한 명 손잡아주면서 어려움을 듣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추석 제수용품을 사러 시장에 들른 소비자들도 애꿎은 피해를 봤다.
정오를 지나서는 시장 입구로 들어서는데만 30분이 소요됐고 의전이 진행될 수산물시장 앞 주차장은 주차통제가 이뤄져 주차난까지 생겼다. 또 쾌적한 통로 확보를 위해 보행에도 제한이 생겨 대목을 잡아야 할 상인도 손님을 제때 맞이하지 못했다.
송강시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통통제 때문에 차들이 길게 늘어서고 자동차 경적 소리가 곳곳에서 울리는 등 혼잡한 분위기였다.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용전동 주민 김모(43)씨는 “안 그래도 좁은 길인데 시장 들어오는데 꼬박 40분 걸렸다”며 “다른 사람들이 피해보게끔 할 게 아니라 조용히 들렀다가 가는 게 맞는 거 아니냐”고 토로했다.
김대식 기자 kds1939@
▲ 조경규 환경부 장관이 유성 송강시장에서 생선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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