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측, "취업률 가지고 대학 평가하면서 취업계 막는 건 어불성설"
#1.지역 A대학 4학년 김모(23)양은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우여곡절 끝에 취업에 성공했지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시행을 앞두고, 교수들이 취업계를 받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에 성공하고도 졸업을 위해 사표를 써야하는 처지에 놓인 김 양은 타 지역에 위치한 직장을 다니기 위해 숙소도 마련했지만,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월세 이중고까지 겪고 있다.
#2.지역의 한 대학 교수는 요즘 취업계를 제출하겠다고 찾아온 학생들만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담당교수로서 제자들의 취업 소식이 반가웠겠지만, 취업계가 ‘부정청탁’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기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또 개인적으로는 취업계를 받아주고 싶어도 최근 교수회의에서 이번 학기부터 취업계를 받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미안해졌다.
재학생들의 취업을 부심하던 대학가가 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암초에 걸릴 위기다.
취업계가 부정청탁에 포함될 경우 공직자에 포함되는 사립대 교수가 취업계를 받아주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학칙에 규정되지 않은 취업계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하지만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취업계가 부정청탁으로 떠오르면서 대학과 학생들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졸업까지 유예하면서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은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취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취업에 성공한 한 대학생은 “담당교수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취업계를 제출했지만, 받아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회사에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하고,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로젝트에 불참하면서 졸업 이후에도 내 자리가 남아 있을 지 걱정”이라며 “대학이 취업인력을 양성하는 곳이 아니고 학문을 닦는 곳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학생의 취업도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B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대학평가 기준에 졸업생의 취업률을 넣어 놓고, 취업은 졸업후에 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취업계가 부정청탁에 포함될 경우 취업률이 높은 수도권 대학들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지방 대학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교육부에서 어떤 지침을 내려줄 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대학 자율에 맞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인턴십 학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성직 기자 noa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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