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8월 현재 무연고 사망자 20명…시신 처리 절차도 ‘쓸쓸’

  • 정치/행정
  • 대전

대전 8월 현재 무연고 사망자 20명…시신 처리 절차도 ‘쓸쓸’

  • 승인 2016-09-08 17:37
  • 신문게재 2016-09-08 3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지난해 22명 달해, 고독한 죽음 가는 길마저 고독

대덕구 장례 서비스 펼쳐 고인 위로…타 자치구 확대 기대


#1. 타 도시의 고아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봉현(가명)씨는 몇 해 전 친구들이 있는 대전에 와서 일자리를 구했다. 많은 게 낯설고 어려웠지만 친구들과 지내며 대전에서의 생활에 점차 적응해나갔다. 그러나 고된 일과 나아지지 않는 살림에 점차 지쳤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지난달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김씨는 거주하던 자치구에 의해 무연고 사망자로 접수돼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장사(葬事) 절차에 따라 화장됐다. 사는 동안에도 김 씨를 따라다닌 외로움은 죽음 이후에도 함께했다. 경찰이 어렵게 찾은 김 씨의 모친은 시신 인도를 거절했고 김 씨는 시립납골당에 안치돼 있다.

#2.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된 지난달 동구 삼성동에서 잇달아 노인 고독사가 발생했다. 두 건의 고독사 중 최모(72)씨는 평소 술을 즐겼고 수급 받은 최소 생계비로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며 생활을 버텼다. 어느날 계속되는 악취로 이웃주민이 최씨의 집을 방문했지만 숨진 최씨의 시신은 이미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다. 시신 인도를 포기한 유족에 의해 최씨 역시 시립납골당에 안치됐다.

이처럼 외로운 삶을 살았던 이웃이 죽음의 순간마저 쓸쓸함을 떨치지 못하고 고독하게 죽어가고 있다.

8일 대전 5개 자치구에 따르면 8월 말 기준으로 대전에서 20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전체 무연고 사망자는 22명이며 2014년엔 18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집계됐다.

지자체에선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경찰을 통해 사망자의 가족을 수소문한다. 그 중 가족이 시신 인도를 포기할 경우 지자체가 수립한 예산에 의해 시신을 화장해 10년간 시립납골당에 봉안한다. 이 같은 절차는 보건복지부에서 수립한 ‘장사업무 처리절차’에 의한 것으로 대전 5개 구 자치구에서도 일괄 진행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 한 명에게 지원되는 지자체 예산은 75만원 남짓이다.

이같은 추세에 최근 대덕구는 무연고 사망자를 위해 장례 절차를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 75만원의 예산에 자치구 예산 75만원을 더해 관내 장례식장에서 조촐하게나마 주변 이웃, 친구들과 함께 장례를 치러주는 것이다.

대덕구 사회복지과 담당자는 “회덕동 주민센터 근무 중 가족이 없는 이웃이 많은 걸 보고 외롭게 살았는데, 가는 길마저 외롭게 가는 게 안타까워 장례서비스를 지원하게 됐다”며 “연간 발생하는 무연고 사망자가 추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장례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소외계층의 죽음을 살피려 한다”고 말했다.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지원 절차는 이미 광주에서 조례로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직장인 김은희(여·27·중구 중촌동)씨는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을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소홀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외로운 삶은 살았던 이웃이 가는 길까지 외로운 일이 더는 없길 바란다”고 전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3.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