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2명 달해, 고독한 죽음 가는 길마저 고독
대덕구 장례 서비스 펼쳐 고인 위로…타 자치구 확대 기대
#1. 타 도시의 고아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봉현(가명)씨는 몇 해 전 친구들이 있는 대전에 와서 일자리를 구했다. 많은 게 낯설고 어려웠지만 친구들과 지내며 대전에서의 생활에 점차 적응해나갔다. 그러나 고된 일과 나아지지 않는 살림에 점차 지쳤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지난달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김씨는 거주하던 자치구에 의해 무연고 사망자로 접수돼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장사(葬事) 절차에 따라 화장됐다. 사는 동안에도 김 씨를 따라다닌 외로움은 죽음 이후에도 함께했다. 경찰이 어렵게 찾은 김 씨의 모친은 시신 인도를 거절했고 김 씨는 시립납골당에 안치돼 있다.
#2.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된 지난달 동구 삼성동에서 잇달아 노인 고독사가 발생했다. 두 건의 고독사 중 최모(72)씨는 평소 술을 즐겼고 수급 받은 최소 생계비로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며 생활을 버텼다. 어느날 계속되는 악취로 이웃주민이 최씨의 집을 방문했지만 숨진 최씨의 시신은 이미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다. 시신 인도를 포기한 유족에 의해 최씨 역시 시립납골당에 안치됐다.
이처럼 외로운 삶을 살았던 이웃이 죽음의 순간마저 쓸쓸함을 떨치지 못하고 고독하게 죽어가고 있다.
8일 대전 5개 자치구에 따르면 8월 말 기준으로 대전에서 20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전체 무연고 사망자는 22명이며 2014년엔 18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집계됐다.
지자체에선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경찰을 통해 사망자의 가족을 수소문한다. 그 중 가족이 시신 인도를 포기할 경우 지자체가 수립한 예산에 의해 시신을 화장해 10년간 시립납골당에 봉안한다. 이 같은 절차는 보건복지부에서 수립한 ‘장사업무 처리절차’에 의한 것으로 대전 5개 구 자치구에서도 일괄 진행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 한 명에게 지원되는 지자체 예산은 75만원 남짓이다.
이같은 추세에 최근 대덕구는 무연고 사망자를 위해 장례 절차를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 75만원의 예산에 자치구 예산 75만원을 더해 관내 장례식장에서 조촐하게나마 주변 이웃, 친구들과 함께 장례를 치러주는 것이다.
대덕구 사회복지과 담당자는 “회덕동 주민센터 근무 중 가족이 없는 이웃이 많은 걸 보고 외롭게 살았는데, 가는 길마저 외롭게 가는 게 안타까워 장례서비스를 지원하게 됐다”며 “연간 발생하는 무연고 사망자가 추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장례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소외계층의 죽음을 살피려 한다”고 말했다.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지원 절차는 이미 광주에서 조례로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직장인 김은희(여·27·중구 중촌동)씨는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을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소홀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외로운 삶은 살았던 이웃이 가는 길까지 외로운 일이 더는 없길 바란다”고 전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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